대학정원의 구성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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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발표된 문교부의 84학년부 대학정원조정 내용은 과학기술의 진흥과 이를 위한 기술인력의 양성이라는 당면 국가시책의 절박성을 외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정원조정이라는 내용자체가 기술교육의 질의 문제에 관한것이 아니므로 이에 관한 언급은 자치하더라도 우선 필요한 인력의 수급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문교부의 이번 대학정원조정 내용은 우선 눈에 띄는것이 인문계와 자연계 정원 비율이 전체적으로 56·7대 43·3이라는 분포로 짜여있다. 이는 올해의 55대45보다 오히려 자연계 정원이 줄어든 것이다. 문교부가 지난해 83년도 대학정원을 발표할때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비율을 당분간 55대45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침은 1년이 못돼 다시 후퇴하고 만것이다.
문교부의 변명은 『학생들을 교육시킬 교수와 시설의 부족』때문이라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의 주축이될 인재양성을 맡고있는 교육당국으로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라는 인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전자부문을 비롯, 날로 신장하는 국내산업의 여러분야에서 모자라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카우트 정쟁열기로 혼란을 빚고있는 현실은 인력수급상의 문제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와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하물며 시시각각으로 발전하고있는 선진과학기술을 흡수해 소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응용, 개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질적·양적 면에서 얼마나 많은 자연계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어림할수 있다. 앞으로 세계시장경쟁에서 선진국과 대결해나가려면 우선 기술경쟁에서 뒤져서는 안되며 이는 결국 국가경제의 사활이 걸린 명제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오는 91년까지의 수급전망만을 보아도 우리가 필요로하는 과학자(석·박사)가 7만8천명인데 비해 현재와 같은 대학정원정책으로 미루어보면 겨우 4만8천명의 공급이 가능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려 3만여명이 부족하리란 얘기다.
교자로도 그렇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시급한 과제는 산적해있다. 제품의 성능면에서 본 기술수준을 대표적인 예를 들어서 살펴보면 정밀도에서 구미선진국이 1천분의 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l천분의 50㎜로 무려 17분의l 수준에 머물고있고 내구성·정확성·균일성·조도등에 있어서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있다.
한편 연구인력면에 있어서도 우리나라가 인구1만명당 4·5명(8l년기준)으로 선진제국의 13∼28명선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 전체연구인력수 2만7백명은 미국의 31분의1, 일본의 15분의1, 서독의 6분의l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학기술인력의 양성계획이 날로 확대되고 기술교육의 질이 심화되지는 못할망정 이를 오히려 후퇴시키는 일은 없어야 될것이다.
기술인력의 양성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착실히 교육과 연마를 계속 확대해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84년도 대학정원조정내용은 재검토돼야할 것이다. 적어도 한때 정부가 책정했던 자연계대 인문계 대학정원비율 60대41의 기준과 원칙이 지켜져야할것이다.
문교부가 지적한 『교수와 시설의 부족』 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사회의 관심으로 극복될 수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우리가 처해있는 국가적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에 대한 실천의지이다. 한 나라의 산업정책은 그나라의 사활이 걸린 우선순위 제일의 명제요 이는 교육의 뒷받침이 없이는 공허한 구호이거나 이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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