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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섹시한 게 경쟁력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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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PCA투자신탁운용 황성호 대표(오른쪽)가 이화여대 경영대 졸업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증권사는 면접전형 때 뭘 중시 하나요."

"외모가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요?"

"여성 CEO가 되기 위한 조건은 뭐예요."

26일 저녁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이화여대 경영대학의 특별 수업 현장. 식사를 겸한 편한 자리였으나 14개의 원탁 테이블에 나눠 앉은 여학생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각 테이블마다 한 명씩 앉아 질문 공세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국내 유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을 비롯, KK컨설팅 김국길 대표이사.코리아나 화장품 유상옥 회장.한국투자증권 홍성일 사장.PCA투자신탁운용 황성호 대표이사.교보증권 최명주 사장.한세실업 김동녕 회장.삼일회계법인 장경준 부대표 등 18명이 이날 대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이들은 모두 이대 경영대에 개설한 '경영정책' 수업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CEO들이다. 강의실 밖에서 격의 없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로 스승과 제자가 만났다.

참가한 학생 대부분이 졸업반이어서인지 기업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증권 홍 사장은 "면접의 핵심은 '첫 인상'"이라며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면 실수하기마련이니 핵심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훈수해줬다. 그는 또 "평소 때는 면접관의 턱이나 목젖 부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말을 걸면 그때 살며시 눈을 맞추는 게 좋다"며 구체적인 요령도 알려줬다.

코오롱 김주성 고문은 "경영학도로서 CEO가 되는 게 유리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경영의 핵심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라며 "단기적으로 경영학이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CEO가 되려면 철학.심리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소양을 갖추는 데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한국3M 영업사원 출신으로 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메이션 코리아 이장우 사장에겐 "기업들 대부분이 국내 영업직에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 사장은 "대만.홍콩 기업들과 미팅할 땐 여성 매니저가 대표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곳들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우리 기업문화가 여전히 남성 위주인 건 사실"이라고 답하며 진땀을 뺐다. 그러나 그는 "직장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일에 열의를 보여준다면 우리도 곧 성차별 없는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에서 섹시한 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느냐"는 당돌한 질문도 나왔다. 코오롱 김 고문은 "단정한 외모는 물론 경쟁력이 되겠지만 능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것은 그 사람의 '매너'와 '인간관계'"라고 답했다.

왜 잘나가던 자회사를 매각했는지, 또 사업방향은 어떤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도 나왔다. 신세계 구 사장은 "창립기념일에 말했던 기념사까지 외우고 나온 학생이 있어 놀랐다"며 "당차게 날카로운 조언을 해온 학생들도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최 사장은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펴는 모습이 좋아 입사 추천서라도 써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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