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기획] 알면 더 재밌다, 불꽃놀이 구경백서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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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일대는 주차장이 돼버렸다. '2005 서울 세계불꽃축제'에 인파가 몰렸기 때문. 무려 60만 명이 방문했다는 게 주최사인 한화그룹의 추산이다. 혹시 보지 못했어도 너무 아쉬워 마시라. 다행히도 29일 또 한 차례 열릴 예정이니까. 이날 보러 갈 이들을 위해 Week&이 준비했다. 이름하여 '불꽃놀이 구경백서'. 불꽃놀이도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이미 본 사람이라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음미해보시길.

글=남궁욱 기자
사진=김도훈 대학생기자(후원 Canon)

1. 불꽃놀이, 원리가 궁금하다

예쁘긴 한데, 원리는 통 모르겠다. 아이가 묻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이런 순간에 위해 알아두자. 발사되는 불꽃탄은 종이로 만든 '옥피'에 싸인 공처럼 생겼다. 그 한가운데 화약인 '활약'이 있고, 이 활약과 옥피 사이에, 역시 화약과 각종 화학물질로 빚어진 환 형태의 '성(星)'이 있다. 바로 이 성이 불꽃놀이 비밀의 열쇠. 대포로 쏴 올려진 불꽃탄은 공중에서 활약에 이어진 도화선이 다 타는 순간 폭발한다. 이때 함께 터지는 성이 불꽃을 만드는데, 그 위치와 성분에 따라 다른 색과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성에 스트론튬을 넣으면 빨간색, 바륨을 넣으면 녹색 불꽃이 되고, 성을 원형으로 배치하면 '국화형', 반원형으로 배치하면 '반달형' 불꽃이 되는 식이다.

2. 불꽃구경에는 왕도가 있다

1년엔 한번, 이틀 동안 열리는 '서울 세계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첫 해였던 2000년 이후 이 축제는 연인원 300만 명을 불러들였다. 이런 큰 행사를 어설프게 찾았다간 고생만 실컷하게 마련. 그렇다면 불꽃 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요령은? 우선 동작이 빨라야 한다. 불꽃이 하늘을 수놓는 것은 오후 8~9시. 그러나 늦어도 오후 5시30분까진 가야 '명당'인 63빌딩 앞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반대편 한강 둔치는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편. 주차가 힘드니 인근 지역에 차를 두고 걸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밖에 두터운 겨울옷 한 벌은 필수. 오후 5시부터는 사고 예방을 위해 근처 지하철 여의나루역을 봉쇄한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3. '불꽃 화가'는 어떤 이들?

불꽃놀이는 검은 화폭에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대부분 관련 전공자들. 우선 불꽃놀이 디자인은 주로 미술을 전공한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음악에 대한 감각까지 발휘해야 한단다. 밑그림을 바탕으로 실제 화약의 설계를 담당하는 것은 대부분 화학공학이나 발파학을 전공한 이들이다. 그렇지만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불꽃놀이에 대한 열정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워낙 일이 고되 불꽃놀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 제작팀인 한화그룹 연화사업부 손무열 상무는 "30분짜리 공연을 위해선 보통 6개월을 꼬박 고생해야 한다"며 "화려한 불꽃놀이의 이면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4. 불꽃에도 세계 기록이 있다

세계 최고들을 모아놓은 '기네스북'. 이 책에는 불꽃놀이에 얽힌 기록들도 많다. 우선 역사상 가장 컸던 불꽃은 1988년 7월 일본 토야호수 페스티벌에서 발사된 것이었다. '유니버스I 파트II'로 명명된 화약에서 나온 불꽃은 폭발 후 지름이 약 1.2㎞에 달했다고 한다. 화약 무게만도 약 700㎏. 가장 길었던 불꽃은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다. 1988년 2월 관광객들을 위한 행사 중 하나로 열린 불꽃놀이가 바로 그것. 665㎏의 화약을 이용해 만들어진 338만8777개의 폭죽은 약 5.7㎞에 걸쳐 불꽃을 쏴올렸다. 발사에 걸린 시간만도 무려 9시간27분이었다고 하니 관광객들이야 좋았겠지만, 주민들은 고생 좀 했겠다.

알면 더 쉽다, 촬영 6계명

(1) 삼각대를 챙기자 - 불꽃놀이는 빛이 부족한 밤에 열린다. 따라서 화면이 흔들리기 쉽다. 이럴 땐 안정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삼각대를 챙기는 게 필수다.

(2) 좋은 위치를 잡자 - 불꽃만 담으면 사진이 심심하다. 불꽃과 잘 어울리는 빌딩.타워.다리 등 대형 구조물들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곳에서 삼각대를 편다.

(3) 셔터 속도를 늦추자 - 셔터가 빨리 닫히면 특유의 현란함을 담기 힘들다. 벌브 셔터가 되면 좋겠지만, 없다면 설정할 수 있는 최대시간으로 셔터 속도를 늦춘다.

(4) 검은색 종이를 준비하자 - 셔터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검은 종이로 가리고 있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만 렌즈를 개방해준다. 한 컷에 불꽃 여러 발을 잡을 수 있다.

(5) 조리개를 조절하자 - 조리개는 ISO 100일 때 f8이 적당하다. 다만, 조리를 닫을수록 불꽃은 가늘어지고, 열수록 넓어지므로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6) 사후작업을 하자 - 디지털 사진은 쉽게 교정할 수 있어 좋다. 불꽃놀이 사진도 컴퓨터로 옮긴 뒤 대비를 조금 올려주면 불꽃이 선명해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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