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문책에 모든수단 동원 KAL기피적대책에 숨가쁜 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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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소련공군기에 의한 KAL여객기공격은 한 정부당국자의 말처럼『공중이 아닌 지상의 현실로 옮겨놓을 경우 새벽잠을 곤히 자는 주민 2백69명을 무차별 학살한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외교·군사전문가는 『이것이 만일 소련의 고의적 도발이었다면 그냥 전쟁으로 돌입할수밖에없는 사실상의 「선전포고상황」』이라고 소련이 저지른 만행의 심각도를 설명했다.
이 충격적 사태에 대처해 나가는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세계의 이목과 관심이 쏠려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대내적처리는 교통부와 KAL즉에 맡기고 대외적문제는 외무부를 중심으로 해 나가되 수시로 관계장관등이 참석하는 고위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수립.
대응방안으로 검토된 것은△가능한 모든 국제기구를 활용하고△가능한 모든 우방과의 협조를 긴밀히 하며△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사건진상을 규명한다는 것.
이에 따라 외무부는 2일△유엔안보리 긴급소집을 우방들과 함께 요청△국제민간항공기구 (ICAO)특별이사회 소집요청을 하는 한편△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한 탑승자들의 시체인양·기체잔해확인△우방의 협조를 통한 사고지역 공동조사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방침에따라 3일새벽에 긴급소집된 유엔안보리에서 김경원주유엔대사는△소련이 사건의 진상을 발표하고△과오를 인정, 공식사과하며△완전한 피해보상과△사건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정부대응은 지금단계에서는 감정을 최대한 억제한 합리적인 문제해결의 노력이지만 소련의 책임회피등 미온적인 반응에 대비한 보다 강경한 2단계방안 마련에 고심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지않은 한소관계로서는 적절한 대소 보복수단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고 결국은 수많은 자국민의 인명피해를본 미·일등 이해를 같이하고있는 우방과 세계여론의 대소응징을 얻어내기 위한 외교노력이 정부가 할수있는 최선의대응으로 분석되고있다.
사건 첫날의 정오무렵까지 정부는 KAL기가 소련전투기의 미사일공격에 의해 격추된 사실을 확인못해 정보수집에만 열을 올렸지 여러 가지 가상적상항에 대응할 대책은 준비도못한 실정이었던것으로 알려졌다.
정오를 전후해 피경설이 굳어져가자 국제기구조약국은 이 문제가 당사자인 한소는 물론 기체제작국이자 승객국적국인 미국과 승객국적국인 일본등 이해당사국을 포함한 다자간의 분쟁으로 비화될것을 고려, 이에따른 선례수집과 대책을 검토했다.
1일하오3시쯤 이범석장관에게 유엔안보리의 긴급소집방안을 건의.
1일 저녁까지만해도 대응책마련에 신중했으나 이날밤 「워커」주한미대사가 보다 확실한 정보와 미측의 입장을 알리면서부터 대소강경대책을 세운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일 긴급유엔안보이사회소집을 정식요구하면서 상오에는 영·블등 줗나 안보리상임이사국대사들을 외무부로 초치, 사건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안보리에서의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어 하오에는 39명의 주한외교사절을 모두 초치, 같은 절차를 밟았고 「워커」줗나미국대사 및 「마에다」주한일본대사와는 따로 접촉, 앞으로의 공동대응방안을 협의하는등 숨가쁜 하류를 뵈냈다.
군사외교전문가들은『소련이 그같은 상황속에서 최근 사할린지역의 최고사령관을 교체하는등 이지역 군비증강과 경계강화를 계속해왔음』을 지적.
그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오판이나 착각이 아닌 모스크바의 지시에 의한「주관적도발」의 냄새가 짙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기회에 한반도 안보정세를 전세계에 올바로 인식시키는데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소련등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우리의 이른바「북방외교」에 거센 브레이크를 걸게 될것 같다.
앞으로 정부가 대소강경으로 나갈수밖에없고 그러면 소련과의 관계개선에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여겨진다.
또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릴 IPU(국제의회연맹)총회에 소련의 참석을 희망하고 소련과의 인사교류를 활발히 추진하려는 지금까지의 정부방침은 당분간 동결해야할 상태.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이번 KAL기 피격사건과 이에대한 정부조치가 앞으로 국제관계에서 커다란 짐이 되는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여야의원들은 한결같이 대소규탄에 열을 올리면서도 우리정부의 대응태세와 앞으로의 대책등에 문제점을 지적.
민정당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된 원인을 걱정하는 말이 많다.
또 지난번 무르만스크 사고도 있었던만큼 당연히 예방행정측면의 배려도 있었어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건대 이번에 사고가 난 위험 항로에 대한 계속사용 여부를 검토했어야 하며 KAL이 영리를 목적으로 무리한 운항을 계속하는 지여부도 사전에 브레이크를 걸었어야했다는 얘기다.
민정당은 이번 사건으로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릴 국제의회연맹(IPU)총회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것인가를 예의 분석하고 있다.
소련이 우리나라와 관련된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구권국가들이 어느정도 참석할수 있을것인가를 다각적으로 분석. 외무위소속 여야의원들은 소련에대해 만행·포거라고 단순히 성토로만 그쳐서도 안된다며 『미·일등 다른 나라는 뛰고있는데 우리 외무부는 국외에서 손놓고 있는 꼴이 아닌가싶어 안타깝다』고 외무부의 보다 적극적인 총력외교를 촉구. <유구·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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