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등서 보이코트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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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KAL여객기가 소련전투기에 의해 피격된 사건으로 9,10월 소련에서 잇달아 열리는 레슬링·유도·역도 3종목 세계선수권대회를 일부 서방국들이 보이코트 할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심각한 국제문제로 미국·일본등이 일찌기 없던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유엔안보이사회 소집까지 요구하고 있어 피해당사국인 한국·미국·일본으로서는 소련에 선수단을 파견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
과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침략행위가 국제적인 규탄을 받으면서 미국이 주동이 되어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코트운동을 전개, 결국 모스크바올림픽은 대부분의 서방국들이 불참한 반쪽대회가 되고 말았었다.
소련에서 열리는 일련의 세계선수권대회는 세계레슬링(9월22∼10윌1일·키예프), 세계유도 (10윌13∼16일·모스크바), 세계역도(10윌18∼30일·엘레반)대회로 한국은 이미 초청장이나 비자발급 약속을 받아 놓고 출전을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세계를 놀라게 한 이번 KAL기 격추사건의 심각성에 비추어 한국도 선수단파견을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미국·일본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체육계는 이에 대해 『아무리 스포츠는 정치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은 묵과할 수 없는 천인공노의 만행으로 체육인들도 이에 대한 결연한 행동을 취해야 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2일 『아직 대회 보이코트에 대한 어떤 논의를 한바는 없으나 곧 어떤 방침이 내려질 것으로 본다』고 불참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3명의 체육계인사가 희생됐음을 강조하면서 『너무 충격이 크다』고 침통해했다.
한편 체육부 관계자는 『현단계로는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 좀더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88년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레슬링·유도·역도 3개경기단체 관계자들은 돌발사건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세계레슬링과 세계유도의 경우 한국·미국·일본이 불참하게 되면 유명무실한 대회가 될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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