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비무장여객기를…" 시민들 귀를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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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KAL기실종」→「KAL기 사할린착륙」→「KAL기 공종피격추락」으로 이어진 급보가 잇달아 전해진 1일, 모든 국민들은 KAL기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분노를 터뜨렸고 탑승객과 승무원 가족들은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초조히 기다리다 KAL피격가능성이 짙어지자 발을 구르며 울부짖다 기절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살았다던 승객들이 피격사망이라니 이런일이 있을수 있느냐』며 땅을 쳤고 국민들도 『무장도 않은 여객기에 포격을 가한 소련당국이 격추시켰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도발행위』라고 분을 참지 못했다. KAL측은 조중동사장이 이날상오 사할린착륙을 전제로 기자회견까지 열고 승객들을 맞으러 일본으로 떠나려 했으나 이 계획을 변경, 초조와 긴장속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김포공항>
승객의 가족친지들은 『사고항공기가 사할린에 강제 착륙됐다』는 소식에 환성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었으나 얼마못가 「사할린착륙이 아닌 피격후의 모종상태」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몸부림치며 통곡했다.
가족들은 『사할린에 착륙했다는 발표는 어찌된 것이냐, 살아있다는 거냐 몰살당했다는 것이냐』며 발을 굴렀다.
미국에 살고있는 사위 백윤종씨(36)를 마중나왔던 손금자씨(53·서울반포동 우성아파트)는 『강제착륙소식에 불행중 다행으로 여겼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통곡했다.
또 2일로 63회째 생일을 맞는 어머니를 뵙기위해 고국에 돌아오는 동생부부를 마중나온 박두식씨(36·서울압구정동 한양아파트)는 『몇명이나 살아있느냐. 민간기에 총을 쏠수있느냐』며 KAL직원들을 붙들고 안타깝게 물었으나 『우리도 발표이외에 다른 상황을 알수 없다』는 답변에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상오6시부터 공항에 나왔던 가족들은 『사할린에 강제착륙됐다』는 KAL측의 발표를 듣고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가 「피격」소식에 다시 공항으로 달려와 생사여부를 확인하기위해 이리 저리 뛰고있다.


실종됐던 여객기가 피격추락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항공본사는 초상집같은 분위기속에 직원들이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서울 남대문로2가 대한항공 빌딩에는 이날 아침 조중건부사장을 비롯한 운항관계자들이 김포공항으로 긴급 소집된 가운데 일반직원들만이 여객예약등 정상업무를 보고 있으나 여객기 사고소식을 몰라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다.
직원들은 『추락됐다면 피해가 어느정도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고 서로 걱정들만 하고있다.
승객들의 안전을 묻는 전화가 본사에도 빗발쳤고 직원들은 『뉴스를 들어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전화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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