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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간질에 의한 두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간질환자수는 약80만∼1백만명이 되는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쓰면 어떤 사람들은 『아니 국민 40∼50명중 1명이 간질을 갖고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간질에는 대발작과 함께 눈이 돌아가고 손 발이 뒤틀리며 의식이 없어지는 것만 있는것이 아니라 소발작 소운동발작등 종류가 다양해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것도 많다.
예를들어 소발작의 경우 서로 대화를 잘나누다가도 한눈을 파는 것처렴 딴전을 부리고 그후 두통을 호소하는 증상도 있다. 또 가정부로 일하는 소녀가 하도 그릇을 잘 깨뜨려 야단을 맞을때마다 두통을 호소해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결과 소발작으로 판명된 예도 있다.
이처렴 간질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벼운 발작은 증세가 시작될때 심한 두통이 따르게 되며, 약20∼30분간 계속되다 씻은듯이 사라진다.
그다음 다시 불규칙적인 두통이 계속되므로 이런 환자들은 대개 약국에서 두통을 약화시키는 일종의 진통제를 사먹지만 원인질환이 남아 있으므로 그것도 잠시뿐 결국은 진통제에 매달려사는 인생이 되고만다.
최근에는 뇌단층 촬영기가 도입되어 많은 두통환자들이 가벼운 간질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음식을 날로 먹는데서 생기는 낭충의 뇌침입에 의한 간질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돼지고기를 자주 날로 먹거나 살짝 익혀먹는 것을 알수 있으며 개중에는 가재등을 생식한 경우도있다.
돼지고기나 가재등을 날로 먹을때 그안에 낭충이란 일종의 디스토마가 있으면 2∼3개월후 이 낭충이 뇌안으로 침임, 뇌실내에 기생함으로써 뇌의 이상자극부위가 생기고 이로인해 간질의 발작이 나타난다. 심할때는 대발작도 나타나지만 가벼울때는 빈번한 두통과 구토증이 계속되고 정신집중이 안된다. 때로는 피부에서 콩알만한 혹이 만져지는데 이런 환자를 신경학적 검사와 뇌파및 뇌컴퓨터 검사를 해보면 낭충의 기생여부를 알수있다.
일단 확진이 되면 약물로 치료를 하게된다. 약물로 잘 안되고 이상부위가 한쪽에 국한된 경우는 외과적 수술로 제거해 완치가 된다.
필자의 임상경험에 의하면 전라도의 남쪽지방, 제주도지방에서 돼지고기를 살짝 익히거나 애저를 생식해 간질환자가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있다. 돼지고기는 훌륭한 영양식이지만 잘익혀서 낭층을 죽인다음 둘어야 간길이나 간디스토마를 예방할수 있다.
음식속의 남충이 들어와 유충이 된 다음 혈액을 타고 머리로 가면 간질이 되고, 간으로 가면 간디스토마가 되는것이다.
이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간질환자가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두통에 시달리면서도 그 원인이 어디있는지를 모른채 지내고 있다. 돼지고기를 충분히 익혀서 드는 식습관만 가져도 많은 간질을 예방할 수 있다. 최창락<성바오로병원 신경외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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