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총성-포탄세례속 무장소년들 골목길 누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시아파회교도들이 레바논정부에 대해 총을 잡은온지 24시간만에 서베이루트의 국영방송꾹을 비롯한 요소요소가 회교도들 손에 들어갔다. 상오5시 정규방송시간이되면서 TV화면에는 회교도들의 깃발과 그들의 정신적지주인 「이맘·무사·사드르」의 얼굴이 방영돼 방송국이 회교도들에의해 점령됐음을 알렸다.회교드들은 그러나 하오7시쯤 되자 방송국에서자진 철수, 정부측에 다시넘겨주었다. 28일낮12시콤 시작되어밤새 시외곽에서 들려오던 총성과 포성도 29일저녁에는 시내 곳곳에서귀가 따갑게 들렸다.
낮에는 대통령관저률 비롯해 외무성·국방성건물근처에서도 포탄이 떨어지고 있다는것이 목격자들의 이야기다. 17∼18세쯤 되는 소년들이 10㎏쯤 되는 탄약을 두르고 소총이나 중화기를 손에 든채 골목골목읔 뛰어다니는게 긴박감을 더해주었다.
2, 3명씩 짝을 지어길거리 어귀마다 지켜선회교민병대들은 체크포인트를 설치하고 해질 무렵인 하오6시쯤에는 귀가차량들이 늘어서 길을메웠다.
하오10시쯤 기자는 총성이 멎고 인적이 뜸해진베이루트거리에 나섰다.체크포인트를 설치하고 경비를 선 회교민병대원에게 봉기한 목적이 무어냐고 물었다. 「평등과 자유」 라는게 대답이었다.
그는 하오7시쯤 되어 총을 쏘지말라는 명령을 들었다면서 레바논 회교도의 큰 종파들인 시아,수리, 드루즈등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18세가량되는 한 소년은 얼굴을 스타킹으로,또 한소년은 보자기로 얼굴을 가리고 『모슬렘 형제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다』 고 말했다.
회교도거주치역인 서베이루트 주민들은 29일아침이 되면서 장기투쟁에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새벽부터 빵집을 비롯한 식료품·구멍가게마저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뤄 평상시면 밤12시가 넘도록 문을 열어놓던 가게들은 하오2시쯤 되면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오랜 내란을 겪으며 본능적으로 체득한 경험이다.
총성이 요란해지면서 골목골목에 나와 사태를 관망하는 시민들중 하늘을향해 두손을 벌리고 울부짖는 여인도 있었다.
회교도들의 이번 봉기는 길에서 만난 민병대들에 의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것이라 했다.몰랐다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지난 1년간 참으며 기다리던 성전』 이라는게 그들의 얘기다.
총성이 콩볶듯하는 가운데 기자가 만난 대학교수출신의 한 회교도는이번 총격전이 오래 끌지는 않을것으로 본다고말했다.
그러나 총격전이 끝난다고해서 레바논에 평화가 오는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그는 레바논사태의 영원한 해결책은없다고 말하고 레바논에는 다만 16종파간의 이익다툼이 있을뿐이며,정부에대한 관념은 없는것이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29일밤 베이루트시내 상황을 취재하러나셨다가 총격전이 계속되는 바람에 묶고있던 로열가든호텔로 되돌아가지못한채 한 교민의 집으로 피신, 밤을 새웠다.
시내곳곳에는 총격전과함께 대형건물 폭파사건둥이 잇따라 외국기자들이몰려있는 코모도호텔마저도 안전에 위협을 받아 보다 안전한 곳으로숙소를 옮기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으며 28일부터는 국제공항까지도 폐쇄돼 레바논을 떠나려면 앞으로 당분간 육로 또는 선박을 이용할수 밖에 없게됐다. 한편 레바논사태가 악화되면서 베이루트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의 내전대책을 강구하고었다.
레바논에는 현재 전화복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금성통신기술자 77명물 비롯,1백여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