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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호응 못받는 반정부 게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미분쟁의 초점이 되고있는 니카라과의 북부변경지대는 아직 어느 한쪽이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듯한 낌새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게릴라식 탐색전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었다.
최근들어 미국정부는 좌익혁명 4년째를 맞는 니카라과가 제2의 쿠바로 과격화하는 것을 막고 니카라과가 이웃 엘살바도르등에 혁명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여러갈래로 압력을 넣고있다.
미국은 니카라과의 북부와 접경하고 있는 온두라스에 4천명의 미군을 투입, 앞으로 5개월동안 무력시위를 할 계획이며 중미의 동서해안에 항모기동함대를 배치해 니카라과의 해안봉쇄를 위협하고 있다.
육지로는 미국중앙정보국(CIA)이 1만2천명의 구「소모사」지지파를 훈련시켜 니카라과에서 게릴라전을 전개하고 있고, 남쪽의 코스타리카쪽에서는 현니카라과의 혁명세력인 산디니스타에서 분파해나간 파사도라게릴라전이 역시 침투해오고 있다.
이와같은 군사압력은 정치적 협상을 유도해내려는데 1차적 목적이 있는듯 하지만 니카라과와 온두라스간의 전쟁 또는 쿠바및 소연의 개입을 불러으고 중미전역에 군화를 확대시킬 위험도 있다.
기자는 지난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동안 니카라과와 온두라스가 접경하고 있는 중서부의 오코탈로부터 테오카신테까지 l백km에 걸친 국경산악지대를 취재했다.
수도 마나과에서 복쪽 산악지대로 이어지는 팬아메리컨 고속도로를 따라 2백30km가면 오코탈이란 소도시에 이른다. 이곳에서 계속 복쪽길로 가면 .온두라스국경을 통해 과테말라까지 가는 중미의 간선도로가 나온다.

<브라질기자도 동행>
니카라과와 준전쟁상태에 있는 온두라스사이에 트인 통로는 이 길뿐이고 나머지 도로는 모두 폐쇄돼있다. 오코탈에서 동쪽으로 뻗은 16번 도로는 온두라스국경과 10km의 거리를 두고 평행선으로 가다가 1백km쯤 되는 지점에서 온두라스국경과 만나는데 여기에 테오카신테라는 국경마을이 있다.
기자는 이일대를 브라질TV방송팀 4명및 노르웨이기자 l명과 함께 취재했다.
이곳은 해방1천m를 넘는 산과 깊은 협곡이 파도처럼 이어지는 험준한 산악지방으로 반정부 게릴라들의 침투로가 되고있다.
우리일행 6명은 오코탈에서 국겅수비지구사령부가 있는 할라파까지 가는 8시간동안 숨을 죽이고 긴장했다 .랜드로버와 밴트럭에 나눠탄 우리는 떠나기전 차체외부에 돌아가면서 흰테이프로 TV라는 글자를 크게 그려놓았다. 혹시(반정부게릴라)들이 나타날경우 총격을 당하지 않으려는 자위책이었다.
그러나 오코탈의 검문소에서 무장한 3명의 정부측 민병대원이 동승을 요구해 할수없이 이들을 태웠기 때문에 비무장표지를 불인 우리TV자는 실질적으로 병력수송대가 되어버렸다.
니카라과인 운전사는 『누군가 나타나면 야단이다』라며 큰소리로 불평했다.

<총격 때문에 긴장>
우리가 이곳에 오기 1주일전 이곳에서 민간버스 l대가 반정부게릴라를 만나 13명이 사살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동승했던 민병대원들이 먼저 발포했기 때문에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도중에 여러 무리의 무장군인들을 만났지만 다행히 모두가 니카라과 민병대였다. 험준한 협곡을 시속24km의 느린 속도로 달려 우리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지역은 숲이 울창하고 협곡과 개울이 많아 게릴라전에 적합한 반면 탱크등 중장비는 움직이기 어려운 지형이다.
그래서인지 1백km에 달하는 거리를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단 한대의 탱크나 장갑차 또는 중화기도 목격하지 못했다.
니카라과에서 만난 한 서방외교관은 니카라과군이 50대에서 75대정도의 소연제 T-54,T-55형의 구형탱크만을 수도방어용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니카라과군이 보유한 중장비라야 어깨에 올려놓고 쏘는 소연제 지대공 샘7미사일·라우로키트·고사포·장갑차·박격포등 「원시적」인것이고 공군은 연습기 수준의 T-33 3대와 약간의 소연제 헬리콥터 뿐이라고한다.
개인화기는 소연·중공및 동?제AK47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최근에는 게릴라들로부터 노획한 이스라엘제 우지자동소총도 사용하느등 무기의 전시장을 이루고있다.

<무기전시장 방불>
니카라과에 침투해오는 반정부게릴라의 무기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 현지관측통은 미국이 온두라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기동연습의 목적중에는 미군이 가진 신형무기를 일부 게릴라에 넘겨주어 그들의 전력을 강화하는것이 포함된듯하다고 말했다.
게릴라출몰지역에 중장비가 보이지 않는데는 적어도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게릴라전엔 중장비가 별효과가 없고 다른 하나는 중장비를 쓸만한 정규군은 아직 본격적으로 대 게릴라전에 투입되지않고 대부분의 전투가 정규군장교의 지휘를 받는 민병대에 의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카라과정부의 계산은 이렇다. 즉 이웃 온두라스의 정규군이 약1만2천명이고 미국CIA가 조직한 반군이 앞으로 1만2천명으로 증강될 예정이기 때문에 두 군대가 힘을 합해 침공해올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니카라과 정규군 2만2천명은 손실없이 남아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지나면서 보니 고지위에 흙으로 덮은 벙커에서 군인들이 수비를 하고있는 모습이 가끔 보였으나 주로 다리가 있는곳이나 민가가 모여있는 곳 말고는 진지나 초소가 없었다.

<포즈취하는 민병대>
산악지대에서는 민병대원들이 말을 많이 타고 다녔다. 이들은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을 어깨에 메고 있었고 간혹 미제수류탄과 라우로키트포를 둘러멘 사병도 보였다.
철모는 거의 없고 국방색 작업모를 쓰고 있었으며 군화는 가죽구두와 농구화가 반반쯤이었다.
도시에서는 군인이나 군부대부근에서 사진찍는것을 엄격히 금지했지만 국경지대에서는 군사시설을 제외하고는 촬영이 자유로왔다. 특히 갈색군븍용 입은 민병대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진지한 표정용 지으며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10여년동안 「소모사」정권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일때 외국기자들이 일반적으로 산디니스타게릴라들에게 동정적이었기 때문인지 이들은 우리 일행에 우호적으로 대했다.
온두라스군의 기지들이 산재해있는 산이 3백m전방에 올려다보이는 테오카신테국경초소에서는 주둔군이 사령부로 쓰던 옛건물이 얼마전 박격포직격탄을 맞아 파괴된채 방치돼있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 전날 이부근에서 발을 갈던 트랙터에 온두라스군이 총격을 가했기 때문에 우리가 국경근처로 취재를 나갈때는 무장민병대가 호위해 주었다.

<국경의 민가는 철수>
국경에 면한 민가들은 모두 철수해버리고 빈집만 남아 있었으나 마을의 다른 부분에는 반쯤 민간인들이 살고 있었으며 들에는 농부들이 평화롭게 추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게릴라의 교란에도 불구하고 농사는 평화시의 75%를 생산하고 있다고 할라파지구 사령관 「라르게스파다」대위가 말했다. 기자가 머무는동안 방에는 가끔 소총소리와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주민들은 긴장에 익숙해서인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토요일밤에는 평화시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모여 춤을 추며 요란하게 놀았다. 한 젊은이는 『온두라스가 쳐들어 올것 같지는 않고 게릴라는 우리민병대가 막을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 넘친 말은 다른곳에서도 들였다. 니카라과 혁명정부에대해 「비밀전쟁」을 벌이고있는 미국정부가 당면한 딜레머는 두가지다. 하나는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주력인 우익게릴라의 대부분이 과거 「소모사」독재정권아래서 직업군인으로 있다가 「소모사」의 몰락과 함께 해체된 국가방위법력이라는 점이다.
40년간의 「소모사」독재정권을 악몽처럼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때문에 반군에 동조하는 기색이 없다. 다른 하나는 혁명중의 나라에 외세개입이 있으면 혁명에 대한 내부 단결이 강화된다는 일반원칙이다.
이때문에 니카라과국민들중 산디니스타 혁명정권의 지나친 좌경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반군과의 싸움에서는 혁명정부를 지지하고 있다고 현지관측통들은 말하고 있다.
게릴라의 위협속에서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있는 테오카신테의 주민들의 모습은 그런 관측을 더욱 확실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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