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주식형 펀드 수탁액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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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초대형 주식형 펀드가 탄생했다. 전체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20조원 시대를 열었다.

펀드 평가회사인 한국펀드평가와 제로인은 25일 미래에셋투신운용의 '미래에셋 3억 만들기 솔로몬주식 1펀드'가 순자산액(24일 기준) 1조36억원을 기록,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처음 1조원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21일 설정된 이 펀드의 설정액은 6949억원이지만 그간 보유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올라 자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연초 순자산액(823억)에 비해 1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순자산액은 투자자들이 넣은 돈으로 펀드가 사들여 운용하는 주식 등의 가치를 매일 평가해 계산한 금액이다.

자산운용협회는 24일 현재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이 19조98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하루 평균 1000억~2000억원의 돈이 몰린 것을 감안할 때 25일엔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 참조>

자산운용협회 김규옥 차장은 "2000년 6월 주식형.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을 분리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주식형 펀드 20조원 시대가 열렸다"며 "지난주에만 주식형 펀드에 1조원 넘는 돈이 몰리는 등 자금 유입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1999년 초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 당시에도 많은 돈이 펀드에 몰렸었다. 99년 3월 13조원 정도였던 주식형.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그해 7월 47조8000억원, 이듬해에는 70조원대로 급증했다. 24일 현재 주식형과 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을 모두 합친 금액(59조3574억원)보다 크다. 그러나 2000년 말 주가가 하락하면서 펀드에선 20조원 이상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당시 펀드 열풍은 투기적인 상황에 불과했다"며 "최근엔 펀드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개인들의 장기 적립식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20조원 돌파의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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