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현장검증 중학생에 대역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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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찰의 살인사건 현장검증에 목격자인 중학생을 부모의 허락도 없이 피살자의대역으로 동원, 비교육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12일 4살짜리 주인집 아들을 유인, 살해한 고교생 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을 하면서 피살자 정진성군(4)의 대역을 이사건의 목격자인 정병삼군(13·충암중2년·서울 응암동 592의69)에게 범인 손모군(16·S공고2년)으로부터 목졸려 살해되는 끔찍스런 역할을 시켰다.
정군은 이날 현장검증을 나온 경찰의 지시에 따라 서울 응암동 S공고에서 범인 손군으로부터 유인돼 시내버스를 타고 범행현장인 서울 상암동988 서울기관차사무소 느티나무 숲으로 끌려가 살해될 때까지의 모습을 2시간동안 재연했다.
대역을 맡은 정군은 느티나무 숲에서 범인 손군으로부터 양손으로 목이 졸려 살해된후 숲속 웅덩이로 끌려가 옷이 벗겨진채 묻히는 살해장면을 재연했고 경찰은 이 모습들을 모두 사진찍어 사건기록에 첨부했다.
범인 손군은 지난달27일 주인집 아들인 진성군을 때렸다가 집주인으로부터 다른집으로 이사가라는 종용을 받자 이에 앙심을 품고 진성군을 유인 살해했다가 지난10일 경찰에 검거됐는데 현장검증에 동원된 정병삼군은 범인 손군의 친구 동생으로 이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다.
정병삼군의 아버지 정춘오씨(54)는『경찰이 현장검증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해 병삼이를 내보냈는데 설마 피살자 대역을 시킬줄은 예상하지 않았었다』면서『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의 어린 학생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시켜 심리적 충격을 받지 않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재종수사과장은『정군이 유일한 목격자여서 현장검증에 동원했다가 대역을 시켰을뿐』이라면서『미처 그같은 비교육적인 면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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