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엔 구걸하는 군인도|군수품 달려 군화·농구화 제멋대로|대통령 기자회견서 "리비아 침략자" "불에 불만" 호텔서나 겨우 빵 구경····시민은 냉차로 허기 채워|전투기 수도상공 빙빙 돌아 긴장감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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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6일 화요일 이른 새벽. 전쟁에 시달리고있는 차드의 수도 엔자메나 시는 모처럼 장이 선 시골장터처럼 아침 일찍부터 술렁거렸다. 내전이 시작된 지난 6욀 이후 처음으로「이산·아브레」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발표를 듣고 수많은 주민들이 회견장으로 향하는 대통령의 행차를 구경하기 의해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서 팔레드 콩그레(회의궁)로 줄지어 몰려든 것이다. 색다른 구경거리라곤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대통령의 나들이는 더할 수 없는 큰 구경거리인 때문인지 남녀노소가 저마다 새 옷을 찾아 입고 나선 듯 했다.
대통령행차가 지나가는 길목에는 빨간 베레모를 쓴 정부군 병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폈다.
회견장에 들어서기 전에 기자들은 휴대품의 철저한 검색을 거쳤고 회견 중 함부로 자리를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도 받았다. 단상에는 이미 대통령경호대로 보이는 무장군인 20여명이 기관단총을 앞세운 채 대통령이 앉을 의자를 둘러싸고 관객석을 향해 날카로운 눈초리를 번뜩였다. 어떤 군인들은 얼룩무늬 군복을, 또 일부는 보통의 카키색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어딘지 직업군인답지 않은 부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심지어 어떤 방사는 상·하의가 각각이었고 군화와 농구화률 멋대로 신어 군수품이 달리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회견장에는 기자들 외에도 각 국의 외교사절·차드 정부요인과 유력 인사들도 참석했다.
경호 차의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회견장에 도착한 「아브레」대통령은 첫마디에 『리비아는 침략자』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차드의 안정을 위해 모든 세계가 지원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으나 리비아가 차드 국토의 절반을 강점하고 있는 것이 문제』 라고 지적하고 『차드의 비극은 차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고통』 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레」대통령은 프랑스의 보다 강력한 지원을 바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프랑스가 지원을 확대하고 안하고는「미테랑」 대통령에게 달린 것이라면서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회견장 벽에는 차드 재건에 헌신한「아브레」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자는 표어가 붙어 있었고 회견도중 간간이 단상의 경호군인들이 눈을 굴리며 총기 방아쇠로 손을 가져가거나 총구를 겨누는 등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23년 전 프랑스에서 독립한 차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약1백30달러 (81년)이며 해마다 2억달러정도의 외국원조로 거의 지탱되고 있다.
빈곤과 내전으로 시가지에는 동남을 구하는 걸인이 눈에 많이 띄고 어린이들은 보통 맨발이다.
국민들의 주식은 밥이나 빵인데 빵은 프랑스의 식빵인 바게트를 닮았다. 그러나 밥이나 망을 찾아먹는 서민은 드문 모양이어서 기자를 태운 운전사는 식빵을 싣고 가는 자전거를 보자『아, 빵이다』 라고 외쳤다. 자전거 뒤에는 조무래기들이 졸졸 쫓아가기도 했다.
이런 빵은 주로 호텔식당용인 것 같았다. 현재 문을 연 2개의 호텔식당말고는 거리에서 영업중인식당은 보지 못했다.
차드제 맥주 갈라는 한 병에 4백CFA(약8백 원)이고 코피한잔은 3맥CFA였다. 물론 이런 음료는 말할 나위 없이 호텔식당을 드나들만한 사람들의 차지고 대부분 시민들은 옛날 서울 거리의 냉차 수갑은 행상에게서 망고냉차나 얼음물을 사 마시는게 고작이었다.
차드엔 TV 방송국이 하나도 없다.
다만 수도와 동부의 중심인 아베셰, 북부의 구로 등 세 곳에 라디오 방송국이 있을 뿐이다. 신문이나 잡지는 아랍어 관이나 프랑스어관 등 몇 종류가 있으나 이를 읽을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문맹률이 85%나 되기 때문이다.
오랜 내전을 치르면서도 이상하게 국민들에게 병역의무가 없었다. 군인은 지원제로 내전 전엔 비교적 높은 수준의 봉급을 받았으나 지금은 명목상의 월급만 존재한다고 어느 병사가 말했다.
거리에는 담배를 피우는 여인들이 유난히 많았으며 담배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 태우는 것 처럼 보였다. 조잡한 상아제품이나 놋쇠로 만든 각종 장신구행상이 대부분이고 각종 나비의 표본을 우표 수집 책 같은데 넣어 외국인들에게 팔고있다.
어느 문방구에 들렸더니 태권도수강생을 모집하는 색 바랜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었다. 반가 와서 물어보니 내전 전에 차드의 유일한 대학인 차드 대학에 태권도와 일본의 가라떼클럽이 있어 이곳에서 수강생들을 모집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고 상점 주인이 일러주었다.
당시 누가 차드에 태권도를 보급했는지 알아 볼 길은 없었으나 주인말로는 그래도 태권도가 가라떼보다 인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차드 정부 군과 리비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간의 전투가 약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간혹 군 수송기와 전투기가 엔자메나시 상공을 비행, 계속 긴장감을 자아내고있다.
아직 기자들에겐 양쪽군대가 대치한 전선에 들어가는게 허용되지 않아 약 2백 명의 외국특파원들은 엔자메나시에 대기중이다.
현재 엔자메나의 외국기자 중 동양기자는 일본 아사히(조일)신문 아프리카 지국 장 「마쓰모또」기자와 본 특파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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