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국민 46% "강 교수 사태 관심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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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강 교수의 발언에 대해 국민 다수가 일축하고 있다. '맥아더 동상은 철거해야''6.25는 북한에 의한 통일전쟁이다'는 주장 모두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84%) 역시 압도적 다수였다. '강 교수 발언 반대-체제 수호 입장'이 비슷한 비율로 함께 나타난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강 교수의 법적 처리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비슷하게 나뉘고 있다. ①구속 수사 ②불구속 수사, 그리고 ③'학문적 토론에 맡기자'는 세 가지 견해가 대략 3분의 1씩이었다. 이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이유가 없으면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천 장관의 발언 이전에는 구속 수사 여론이 앞섰다. 또한 강 교수의 주장이 우리 사회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국민 5명 중 2명(41%)은 그의 발언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응답자 중 69%가 우리 사회에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결국 강 교수 발언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국민은 36%에 그쳤다.

셋째, 천 장관의 검찰에 대한 지휘권 발동은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64%)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감한다는 답변은 26%였다. 특히 20대든, 50대 이상이든 연령층에 상관없이 지휘권 발동을 잘못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천 장관의 사퇴 문제는 물러날 '필요가 없다'가 반수를 넘었다. 50대(54%)와 한나라당(54%) 지지자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 20대(60%)와 30대(67%), 열린우리당(87%) 지지자들은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나라당의 사퇴 주장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 교수 발언 파동이 장관.검찰총장의 진퇴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강 교수 발언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는 53%에 그치고 있다. 국민 절반 정도는 강 교수 발언과 사법처리 등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38%), '전혀 관심이 없다'(8%)고 답했다. 이는 가파른 갈등과 대치를 보이는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태도가 '과잉 반응'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 진보 성향 감소와 세대 차이=강 교수 발언이 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진 탓인지 국민 이념 성향에 변화가 엿보였다. 자신의 이념 성향이 진보에 속한다는 응답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중도 성향이 비슷한 비율만큼 늘어났다. 진보 성향의 경우 2003년 2월 34%, 2004년 2월 31%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21%로 크게 떨어졌다. 중도 성향의 경우에는 35%, 30%였다가 이번에 40%로 늘어났다. 보수 성향은 같은 시기에 31%, 37%, 36%였다.

국가보안법이나 국가 정체성 등 이념 관련 이슈에선 세대별.지지정당별로 인식 차이가 확연했다. 강 교수 발언이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응답은 50대 이상(77%)과 한나라당 지지자(67%), 강 교수를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50대 이상(61%)과 한나라당 지지자(53%)에게서 높았다. 강 교수 발언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은 20대(51%)와 30대(57%), 열린우리당(64%)과 민주노동당(56%) 지지자, 처벌이나 수사 대상이 아니므로 학문적 토론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20대(44%)와 30대(51%), 열린우리당(43%)과 민주노동당(55%) 지지자에게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32%인데 비해 열린우리당은 12%에 그쳤고 민주노동당은 8%였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강정구 교수 사건 일지

▶2005.7.27=인터넷 매체에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칼럼 기고

▶8.22=23개 보수 시민단체,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

▶8.24=경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방침 표명

▶9.5=경찰 1차 소환조사

▶9.9=경찰 2차 소환조사

▶10.4=경찰 3차 소환조사

▶10.7=경찰, 강 교수 구속 의견서 검찰에 제출

▶10.12=천정배 법무부 장관,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

▶10.14=김종빈 검찰총장, 사표 제출

▶10.16=청와대, 김 총장 사표 수리

▶10.18=박근혜.문희상 긴급 기자 회견
박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 지키려 구국운동 불사"
문 "난데없이 색깔론과 구국투쟁 운운, 정쟁 난장판 만든다"

▶10.20=박근혜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
문희상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사상검증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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