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위생 또 논란] "결론 성급 … 소비자 불안만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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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정부의 21일 발표에 대해 기생충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성급한 결론을 내려 소비자의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충북대 의대 엄기선(기생충학) 교수는 "충란(기생충 알)이 묻어 있는 식품을 먹더라도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며 "같은 기생충이라 하더라도 사람과 동물 중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냐에 따라 감염 위험.증상 등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의대 채종일(기생충학) 교수는 "사람 회충과 돼지 회충은 알의 모양만으론 구별하기 어렵다(유전자 검사 필요)"며 "돼지 회충은 사람에게 잘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또 "회충의 알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몸안에서 회충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충포장란(애벌레가 들어 있는 회충알)을 먹었을 때만 회충에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김치에 자충포장란이 들어 있을 확률은 김치의 산도.염도.건조상태.보관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회충 감염률(0.05%)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연간 10포기의 김치를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1만~10만 포기 중 한 포기 꼴로 회충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의 종류를 정확하게 밝히려면 중국 현지로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채소, 사람의 인분, 동물의 분변 등을 역추적해야 한다. 최종적으론 유전자 검사를 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식약청이 조사한 19개 수입업체의 김치 가운데 9곳의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는데도 한국인의 기생충 감염률은 극히 낮다. 지난해 한국인의 회충 감염률은 0.05%에 불과하며, 구충은 0%다. 1997년 감염률은 회충 0.06%, 구충 0.007%였다. 두 조사 모두 동양모양선충과 사람등포자충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98년 28t에서 2004년에는 7만3000t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 전체 기생충 감염률은 2.4%에서 3.7%로 높아졌지만 이는 간.장 디스토마 감염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간.폐 디스토마는 김치 등 채소류와 무관하며 어패류에서 감염된다.

엄 교수는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감염률이 높다면 사람의 충란 검사에서도 양성률이 높게 나와야 정상"이나 "이번에 식의약청이 검사한 중국산 김치에서 우연하게 기생충 감염률이 높게 나왔을 가능성, 이번에 나왔다는 기생충 알이 사람의 기생충이 아니거나 자충포장란의 비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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