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도 얻어먹지마"… 롯데홈쇼핑 '갑질 근절책'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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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재승인 심사를 한 달 여 앞둔 롯데홈쇼핑이 ‘갑질 문화’ 근절책을 발표했다. 외부 업체와 협력 업무를 해 소위 ‘갑을 논란’이 있을 부서 직원 전원에게 ‘클린 경영 활동비’(법인카드)를 지급해, 업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갑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커피 한 잔도 얻어먹지 말라"는 문구와 함께다.

일반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부서장이나 관리자급 이상에게만 지급된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영업부서 구매담당자(MD)는 물론, 프로듀서ㆍ쇼호스트ㆍ품질관리 등 대외 업무와 관련이 있는 부서 직원 모두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사원에서 팀장까지 15만~40만원을 사용할 수 있으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 증액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 내역은 회사에 정직하게 보고해야 하며, 부정비리가 발생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에 따라 전액 환수된다.

롯데홈쇼핑은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협력회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던 샘플 제품을 모두 구매해 사용하도록 ‘샘플 운영 규정’을 시행해 운영 중이다. 협력사와 업무에 소요되는 모든 제반 비용을 롯데홈쇼핑이 부담하는 ‘협력사와 협업시 비용처리 규정’도 있다.

롯데홈쇼핑 측은 “지난해 대표이사까지 연루된 협력업체와의 불공정 거래행위 적발로 부정부패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직원이 모두 ‘갑질 문화 없애기’에 적극 동참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며 제도의 취지를 밝혔다. 홈쇼핑 재승인을 앞두고 뼈를 깎는 수준의 ‘정화 운동’을 벌이겠다는 자아비판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갑질 근절 대책은 경영진의 뜻”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은 ‘갑’이라는 지위를 이용, 납품업체들로부터 금품을 상납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납품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고 회사 자금 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신헌(61) 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800만원, 압수된 그림 몰수를 선고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3월부터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에 따라 롯데홈쇼핑 외에 현대·NS 등 3개 업체에 대한 홈쇼핑방송 사업자 재승인 심사를 진행한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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