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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의 미래 제시한 SC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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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부에서 우려했던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과 태평양사로의 이동은 기우임이 드러났다. 다른 일부에서 주장했던 작통권 환수 후 한.미 동맹의 파기도 지나친 요구임이 증명됐다.

이러한 합의는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 방문에 앞서 한국은 최고의 동맹국이며,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진 나라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등한 한.미 관계에 대한 소망을 반영시켜 작통권 환수 문제를 거론하고자 했다.

작통권 환수 문제는 한.미 간에 1987년 처음 논의를 시작해 94년에 한국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한 바 있다. 이어서 양국은 2003년에 작통권 환수 문제를 연구하기로 합의하고 2005년 SCM에서 그 보고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 작통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동맹구조를 현실에 맞게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한 것은 동맹의 정신에 비추어 당연한 귀결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 이후 남북한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 포럼에서 한국이 당사국이 되고, 국력에 걸맞은 군사 주권을 회복하려면 작통권 환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작통권을 환수해 사용할 수 있으려면 독자적인 지휘와 작전능력을 구비해야만 한다.

국방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기에 현재의 국방의 틀을 바꾸는 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 위협, 일본에서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영토분쟁, 중국의 부상하는 경제력이 초래할 군사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의 안보와 동북아의 평화를 담보하려면 한.미 동맹 구조를 능력과 상황에 맞게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이 군사 주권을 확립하려면 주변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고, 전환기를 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독자적 억지력과 방위력을 가질 때까지,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안정과 균형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혹자가 주장하듯 한.미 동맹은 한국을 미국에 예속시키는 반자주적, 반민족적, 폐쇄적인 동맹이 결코 아니다. 한.미 동맹은 한국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성공을 보장해 왔고, 한국이 성장함에 따라 한국의 자주성과 안보를 동시에 가져다준 것이다. 한국은 외교.안보.통일 정책에서 자주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자위적인 방위능력을 갖추어 가고 있으며, 자율적 군사력 사용권인 작통권도 회복해 가고 있다.

나토와 미.일 동맹이 탈냉전 이후에도 그 임무가 확대되듯이 21세기의 국가들은 동맹을 국가 이익과 세계 평화를 위한 열린 동맹, 네트워크 동맹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번 SCM은 37세의 중년답게 차분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한국에 맞는 동맹 지휘구조를 발전시켜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확보하면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사랑하는 국가들을 아우르는 열린 한.미 동맹으로 발전시켜 가야 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