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씨 '역할' 기다리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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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귀국한 김윤규(사진)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현대 복귀 희망을 내비쳤다. 김 전 부회장은 22일 꼭 한 달 만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현대와 떨어져 대북사업을 수행할 생각은 없으며,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을 내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나 현대에 대해서도 일절 비난하지 않았다. 서운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현대를 떠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문을 열며 "그동안 오너도 아니면서 오너처럼 행동한 부분은 잘못했으며 사과하고 싶다"고 물러섰다.

그는 남북 경협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북측과 현대그룹 사이에서도 현대편을 들었다. 그는 "현대가 대북사업을 계속 맡아야 한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북측이 '계약 파기'가능성을 제기한 개성 관광 등 7대 대북사업 독점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개성 관광을 합의할 때 직접 사인했다"고 한 뒤 "현대가 아닌 다른 기업이 개성 관광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북사업의 독점권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의중과는 엇갈린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아태평화위의 '현대와의 사업 재검토' 메시지에 대해서도 "북측이 앞으로 잘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어 "현대 이외의 다른 기업에서 대북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9월 20일 미국 LA에서 귀국하며 한 발언을 일부 언론이 '대표이사로 복귀를 요구했다'고 보도하자 다음날 신문.방송에 뉴스를 공급하는 연합뉴스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내 뜻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자리에 있든 돕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현대그룹에 복귀해 현대와 북한 간의 갈등을 풀고, 대북사업에서 더 역할을 맡고 싶어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의 한 지인은 "김 전 부회장이 대북사업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현대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는 "현대에서 (대북사업의) 역할을 맡을지는 내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고, "현 회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를 '비리 경영인'으로 못박고 그의 축출을 '종기를 떼어내는 수술'이라고까지 표현한 현 회장이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김 전 부회장의 '현대 복귀'는 미지수다. 현대그룹 안팎의 일각에서 김 전 부회장이 다시 나서서 현대와 북측의 갈등을 푸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을 뿐이다.

이철재.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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