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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광복절 38주년을 앞두고 학원소요 관련자들을 비롯,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김대중사건 및 광주사태 등에 관련된 공안사범 6백95명과 일반형사범 1천2백49명에 대한 대폭적인 사면조치를 단행했다.
특사, 형 집행정지 및 복권 등 은전의 대상이 된 사람은 유신시대에서 과도기 및 제5공화국 출범 무렵에 일어났던 불행했던 사건의 연루자들이 망라되어 있다.
정부는 이번조치가 『국민화합의 기반을 한층 굳건히 하기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나머지 형 확정자들에 대해서도 이들이 과거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태세가 되어있다는 판단이 설 때는 그들을 조속히 가정과 사회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은전의 기회를 넓혀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특사대상이 된 각종 사건의 성격을 따지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를 나와 가정에 돌아가고 또 사회에 복귀하는 길을 터준 이번 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해마지 않는다.
이른바 유신이후 제5공화국 발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빚어진 우리 사회의 갈등과 진통은 돌이켜 보기조차 역겨운 악몽이었다.
과격한 저항과 강력한 제재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시국관이 다른 사람, 정치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간의 대립은 한층 첨예화되기만 했다.
광주사태는 그런 갈등이 표출된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이밖에도 원풍모방·콘트롤데이터사건 등 귀에 익지 않은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었다.
국민 모두가 똘똘 뭉쳐도 험난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벅찬 것이 우리의 숨김없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70년대는 정치적·사회적으로 양극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사면대상이 된 사건들은 모두 격심한 양극화가 빚어낸 결과였다 할 수 있다.
상처는 하루속히 치유할수록 좋은 법이다. 상처를 방치하거나 건드려서 덧나게 하면 치유는 아주 어렵게 된다.
극단적인 대립을 완화하고 다같이 국가발전에 참여하는 길을 터주는 것이 필요함은 이같은 이치에서다.
그 동안 정부는 김대중씨의 출국, 광주사태 관련자의 석방 등 화합을 다지는 중요한 조치들을 꾸준히 취해왔다. 그러한 정부의 조치가 과거의 상처를 씻고 국민화합의 기틀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적·사회적 안정이 성취된 마당에 과거의 악몽으로 시달릴 이유는 없다. 그렇게 볼 때 이번 조치는 정부의 자신이 바탕이 되어 화합의 기틀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 가운데서 각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요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복권조치다. 형식논리상 복권은 원상회복을 의미한다. 이번에 복권된 사람들이 과거의 직업을 되찾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지만 정부로서는 복권된 사람들의 원상이 회복되도록 가능한 배려는 해야할 줄 믿는다.
그래야만 이번 은전에 담긴 국민대화합을 이룩하려는 의도도 구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4천만명이 모여 살다보면 의견대립이나 계층간의 이해가 엇갈릴 수는 있다. 이러한 대립과 이해상충을 수렴해서 조정하는 것이 다름 아닌 정치역량이다.
어떤 시책이건 반대자가 있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반대자의 반대가 극단적인 성격을 띠어서도 안되겠지만 일부 반대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구애를 받는 것도 안정되고 자신 있는 정부가 취할 행동양식일 수는 없다. 국민화합을 다지기 위한 사전조치가 더욱 확산되기를 염원하는 것은 그런 뜻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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