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설 흘려 득보려는 건 그쪽 아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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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세양선박 주식 매입으로 인수합병(M&A) 논란을 일으킨 S&T중공업의 최평규(53) 회장이 쎄븐마운틴그룹 임병석(44) 회장에게 본격 포문을 열었다. 최 회장은 임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공개토론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본지 10월 21일자 e1면>

최 회장은 21일 경남 창원 본사 회장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시장에 M&A설을 흘려 득을 보는 쪽은 바로 임 회장"이라며 "주가가 오르는 사이에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종일관 '단순투자'임을 밝히고 있는데 임 회장이 자꾸 M&A설을 제기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알고 보니 쎄븐마운틴그룹은 지분구조가 매우 비상식적인 빈 껍데기 회사"라며 "임 회장이 그룹 모회사인 쎄븐마운틴해운 주식 88만여 주(61.4%)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81만 주가 금융권에 차입금 담보로 들어가 있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쎄븐마운틴해운은 서울보증보험 등 9개 금융기관에 백지어음과 백지수표를 맡겨놨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담보와 채권을 해소하기 위해 임 회장 측이 M&A설을 흘리고 주가가 오르자 이를 기회로 유상증자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세양선박 주식 매입은 결과적으로 나와 참모진의 실수"라며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주식 매입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세양선박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자회사인 진도도 경영이 호전되어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최 회장은 밝혔다.

주식 매입 공시 전인 14일 임 회장에게 만날 것을 제의한 것도 "갑자기 공시를 하게 되면 임 회장이 놀랄까봐 같은 기업인의 입장에서 '단순 투자'임을 알려주기 위해 연락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쎄븐마운틴그룹 측은 이날 "최 회장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법적인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일 본지의 인터뷰 기사에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세양선박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했다"는 내용은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 측은 "이번 건은 경영권 방어와 무관하게 중장기적인 자금 조달 관점에서 이미 진행해 온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세양선박 주가는 21일 전날보다 175원 내린 1385원으로 장을 마쳤다. 임 회장 측(쎄븐마운틴해운)은 20일 농협에 잡혀 있던 주식 담보를 해소해 지분율을 20.04%로 높였다. S&T중공업 최평규 회장의 세양선박 지분은 18.1%다.

글.사진 창원=최준호 기자

◇최평규 회장은=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한 기계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한 뒤 1979년 27세의 나이로 열교환기 업체인 삼영을 설립, 사업기반을 닦았다. 2002년 경우상호저축은행(현 S&T저축은행)을 시작으로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호텔설악파크·대화브레이크 등을 인수해왔다. 지난해에는 효성기계와 STX의 지분 상당량을 매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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