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스트레스로 자살, 업무상 재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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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기업 부장이었던 A씨는 2008년 7월 쿠웨이트 공사 현장 파견이 확정됐다. 하지만 A씨는 현지에 10일간 출장을 다녀온 뒤 영어에 대한 부담감으로 파견 근무를 포기했다. 그는 같은해 12월 회사 건물 옥상에서 동료들과 담배를 피우다 건물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 A씨 부인(48)은 2010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죽음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우울증세가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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