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축구협 부실 당사자 정몽준 사퇴만이 해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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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파주 NFC에서 열린 ‘제15회 한일 친선 사랑의 친구 곰두리축구대회’에 참석한 대한축구협 정몽준 회장과 딕 아드보카트 신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중앙포토]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단행한 사단법인화 결정과 일부 임원진 인사를 놓고 축구계 재야 단체들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몽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다음달 1일부터 사단법인으로 전환키로 결정하고, 조중연 상근 부회장이 물러나고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신임 전무이사로, 가삼현 대외협력국장을 사무총장으로 선임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그러나 축구지도자협의회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몽준 회장이 19일 사단법인 창립총회 불참과 20일 전무이사 사무총장 인사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인사 미봉책을 자행한 데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정회장이 제2의 축구협회 창설에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협의회는 이어 정몽준 회장이 "진정 제2의 축구협회 창설 의지가 있다면 더 이상의 기만행정을 중단하고 실책 인정과 사과,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통한 새집행부 구성, 기구 축소를 통한 구조 조정, 회계불투명 의혹 해소를 위한 세무조사 자청, 현대 파견직원 철수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체육시민연대와 문화연대는 21일 '대한축구협회는 행정 쇄신과 축구 문화 발전을 위한 아무런 의지가 없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축구협회 행정의 총체적 부실의 원인과 책임의 당사자는 정몽준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법인화 전환 결정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며, 회계 부정을 밝히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드러난 수년간의 회계 비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없이 2005년 단일년에 한해서만 회계 감사 업무를 외부 위탁하겠다는 것은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원진 인사에 대해서도 "현대중공업 출신이며 정몽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가삼현씨를 축구협회 사무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는 협회의 독선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삼현씨는 대외협력국장 시절 갖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기술위원회를 마비시킨 채 외국인 감독 선임 업무를 독점함으로써 축구협회 의사소통 구조와 기능을 마비시켰고, 캄(KAM)과의 유착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원낙연 기자

다음은 문화연대-체육시민연대 성명서 전문이다.

*** 문화연대-체육시민연대 성명서 전문

대한축구협회는 행정 쇄신과 축구 문화 발전을 위한 아무런 의지가 없는가?

- 대한축구협회 법인화 전환과 인사에 대한 문화연대/체육시민연대 입장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너무나 명백하다. 축구계를 비롯하여 시민사회, 국회, 언론 등 사회 각 부문과 분야에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해왔다. 축구협회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너무나 명백하다. 국정감사와 MBC PD수첩의 보도를 통해 소문으로만 떠돌던 회계부정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으며, 축구협회 조직이 축구행정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정몽준 회장 개인을 위한 사조직임이 드러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비판 여론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기자들을 소위 '정몽준 장학생'이란 이름으로 끊임없이 관리해왔으며, 협회의 고위 임원들은 축구협회와 독점적 스폰서십을 맺고 있는 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 밝혀졌다. 이에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그리고 축구인들은 지난 9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축구협회 행정 쇄신과 축구 문화의 발전을 위한 길은 정몽준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1) 축구협회 총체적 부실의 원인과 책임의 당사인 정몽준 회장의 조건없는 즉각 퇴진, 2) 장부조작과 항목누락, 공문서위조, 비자금조성, 중복계산, 분식회계 등 위법적 행정에 관여한 현 축구협회 집행부의 즉각적인 총사퇴, 3) 대한축구협회 정상화를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대한 축구협회의 대책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축구협회 법인화 전환, 2) 회계 감사 업무의 외부 위탁, 3) 인사 개편이 그것이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내놓고 있는 대책들 중에는 행정 쇄신과 축구 문화 발전을 위한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축구협회의 대책은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1. 축구협회 법인화 전환 :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

축구협회를 법인으로 전환할 것을 처음 요구했던 지난 1월 축구협회가 보였던 반응은 '체육?문화 단체인 축구협회를 법인으로 전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와서 법인으로의 전환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이지,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축구협회 정도의 규모를 지닌 조직이 그동안 법인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축구협회가 법인화 되면 앞으로 조직 인선, 예산 등에 있어 관리?감독을 받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운영이 개선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제기됐던 모든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축구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국회, 언론 등이 제기했던 모든 의혹과 문제들에 대해 축구협회는 전혀 납득할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혹만 점점 커지고 있다. 축구협회의 상황 인식은 '어제의 잘못은 나 몰라라하겠다' 것이다. 이런 방식의 법인화 전환은 문제의 본질은 방치한채 외피만 바꾸는 기만적인 변태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2. 회계 감사 업무의 외부 위탁 : 회계 부정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05년 회계연도 외부 감사법인으로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인으로 전환하면 회계내역을 전면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했다. 법인화 전환 계획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본질을 외면한 기만극에 불과하다. 정산 보고서에서 허위로 서명해 공문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연간 수백만원의 불법 공금을 횡령하고 유용한 사실, 나이키와의 공식 스폰서십 관련 예결산의 누락, 항공권 스폰서십의 이중 정산 등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난 회계 비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없이 2005년 단일년에 한해서만 회계 감사 업무를 외부 위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미디어를 의식한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 축구협회가 진정 회계 문제에 자신이 있다면 앞으로의 회계를 감사받겠다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문제가 되고 있는 회계 비리와 관련하여 당당한 감사와 조사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회계 부정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3. 인사 개편 : 아랫돌빼서 윗돌을 막으려는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조중연 상근부회장과 노흥섭 전무이사, 김동대 사무총장이 사퇴하고 김호곤 전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전무이사에, 가삼현 대외협력국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축구협회 인적 쇄신의 필요와 당위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처사로 축구협회가 왜 쇄신되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최악의 인사이다. 가삼현씨는 대외협력국장 시절 갖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기술위원회를 마비시킨채 외국인 감독 선임 업무를 독점함으로써 축구협회 의사소통 구조와 기능을 마비시킨 당사자이자, 캄(KAM)과의 유착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또한 축구협회의 회장 사조직화로 인한 '현대축구협회'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중공업 출신이며 정몽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가삼현씨를 축구협회 사무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는 배짱을 부리는 협회의 독선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난폭함이다.

거듭 밝히는 바, 축구협회 행정의 총체적 부실의 원인과 책임의 당사자는 정몽준 회장이다. 축구협회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은 정몽준 회장의 사퇴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축구협회는 독재왕국을 벗어나 참여적 민주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사조직이 아닌 공공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여전히 미디어 이벤트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는 축구협회의 단견이 안타까울 뿐이다.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는 축구협회가 '유착'과 '의혹'이 사라진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직으로 혁신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며, 축구협회 회계 부정과 관련하여 문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적 투쟁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다.

2005. 10. 21

문화연대 /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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