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파-천호동파|"물고늘어지기"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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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방묘약의 「가짜폭로전」에 휘말린 한약방업계의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는 지금까지 5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업계의 양대 대부로 전국의 심마니·땅꾼등을 거느리고 있다는 「신사동파」와 「천호동파」의 공방전을 추격하면-.

<제1라운드>
산삼 가짜시비. 문제의산삼은 지난 3월12일 강원도한계령에서 심마니 정모씨(62)가 캔12뿌리로 하나가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에 길이가 25cm정도. 정씨는 이 산삼을 단골 거래처인 서울관철동 고려인삼공사 이모씨(30)에게 넘겼다.
이씨는 다시 이 산삼을 이번 싸움의 한쪽인 서울신사동 「깊은산속만물상」 이자권씨 (32)에게『맡아달라』고 맡겼다. 산삼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씨는 자신의 감정결과와 K대화학과 K박사, 전매청에서 28년이나 근무했다는 고려삼산연구소의 H소장의감정을 토대로 문제의 산삼이 『80∼1백년이상된 진짜』 라고 밝혔다.
그런데 산삼취급업계에서 역시 권위자로 통하는 서울천호동 임덕성한의원원장 임씨(반달곰 사건관련 수배중)가 월간골프지 4월호에 기고한 『장설속의 산삼』 이라는 글에서 그것은「가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심마니 정씨가 인삼씨앗을 산에 뿌려 거둔 장뇌인삼이라는 것이었다. 임씨는 정씨가 산삼을 캤다는 3월12일을 전후해서 한계령일대에 폭설이 내리겠다는 기상예보가 있었고, 실제로 TV가 눈이 내리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줬으니 삼캐기가 불가능했다는 근거까지 냈다.
그러자 이씨는 즉각 반격에 나서 3월12일을 전후해 한계령일대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중앙기상대의 기상증명서와 전에 산삼을 감정했던 두 전문가의 의견서를 첨부, 『임씨의 주장은 라이벌 의식에서 나온 모함에 불과하다』며 임씨를 서울 강동경찰서에 명예훼손및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임씨는 5월1일자 「한의학정보」지의 기고를 통해 『12뿌리중 2뿌리는 자신이 팔러다니던 장뇌인삼이 틀림없다는 심마니의 자필확인서를 가지고있다』고 반격.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산삼은 이씨가 팔지못하고 원주민 이모씨에게 넘겨져『자신이 먹어버렸다』고 말하고있어 「진까」 「가짜」를 가리기위해 경찰은 시원스런 결론을 내리지못하고 석달째 진상조사만 계속하고있다.

<제2라운드>
반달가슴곰웅담경매 입찰경쟁. 무대는 지난5월22일 설악산마등령에서 밀렵꾼 이상이씨(32·구속중)가 쏜 총에맞아 숨진 반달가슴곰 웅담경매장인 서울창경원으로 옮겨진다.
1차경매에 임씨를 포함, 모두 20여명이 응찰하여 최고가격 2천만원까지 써냈으나 내정가에 미치지못해 유찰됐다.
이때 주씨가 하수인 10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주고 응찰토록해 담합응찰을 꾀했으며 임씨 자신은 응찰가격으로 1백원을 제시했다는게 시중 한약방업계에서 오가는 공공연한 이야기며 신사동측도 그렇게믿고있는 실정.
결국 2차경매에서 「깊은산속만물상」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있는 신선한의원원장 조홍건씨 (27) 에게 4천6백만원에 낙찰됐다.
조씨는 얼마후 『젊은 과학도가 웅담의 성분을 잘알면서 그렇게 고가로 살수있느냐』 는 야유조의 내용이 적힌 우편엽서를 받았는데 이것이 천호동측에서 보내온 것이라는 주장.

<제3라운드>
반달 가슴곰 사살범 배후수사. 서울지검은 지난달 26일춘천지검 속초지청이 반달곰을 쏜 이상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배후조직을 추궁한 결과 이씨가 임모씨 (서울천호동) 와 안모씨(서울문내동4가) 등 서울한약업자와 오래전부터 웅담거래를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는 통보를 받고 배후조직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또 설악산 계곡에서 총맞은 반달곰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현지 경찰에 신고도 되기전에 서울에 알려진것으로 보아 임씨등이 외부에 제보했을 가능성에대해 수사를 펴 안씨가 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또 안씨가 반달곰이 있던 장소를 외부에 정확히 알려주었고 현장까지 동행한사실도 알아냈다. 검찰은 임씨와 안씨가「가짜놀이」를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있다.
가짜놀이란 외국산 또는 사육동물용 야생동물인것처럼 속여 파는 행위.
밀수한 외국산 사향이나 사육곰에서 나온 웅담을 구입한뒤 『설악산에서 잡은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려 시중에 비싼값으로 팔곤한다는것.

<제4라운드>
사향노루밀매. 반달가슴곰 사살배후 조직으로 수사를 받게된 임씨와 안덕순씨(53·상업·서울 문래동4가9의10) 는 신사동측과 관련을 맺고있는 「서낭당」 밀렵파의 자금책 최낙경씨(60·서울용두1동·수배중)등 일당9명이 천연기념물 216호인 사향노루를 밀렵반매한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이들의 제보로 밀렵한 사향노루의 사향주머니에서 내용물을 외국산으로 바꿔치기해 팔려던 「서낭당」 파와 판매책 박윤희(61)·이인석(60)·구자암 (45) 씨등 3명을 구속하고 최씨등 6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참고인으로 나온 임씨는 박씨등이 팔려던 사향이 천연기념물이 틀림없다고 확인서를 썼으며 안씨는 『지난해 10월과 지난4월에 서낭당파가 밀렵한사향노루를 감정, 동물은 진짜이나 사향은 가짜라는 판정을 해줬다』 고 진술했다. 안씨는 이때 서낭당파의 이름과 역할까지도 자세히밝혔다. <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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