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의 적신호 부부신경증|전문의가 말하는 증세와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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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부신경증.
좀 생소한 말이긴 하지만 현대의 부부사이에서 흔하게 볼수있는 병든 부부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의학교과서에 나오는말도 아니다. 말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붙인 조어의 하나지만 의외로 많은 부부들이 이러한 병을 안고 있다고 한다.
최근 관심을 모았던 「남편의 폭력, 아내의 고발」도 결국 「부부신경증」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부부신경증」의 증상과 치료를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본다.
먼저 어느부부의 예. 얼마전 30대중반의 가정주부가 정신과의사를 찾았다. 심한 우울증에다 잠이 안오고 식욕이 없고 체중도 떨어지고 만사에 의욕이 없고… 내과에 들렀으나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아 결국 정신과를 찾은것이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그 원인은 금방 발견되었다. 부부사이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갓 40이 된 남편은 외아들로서 호강스럽게 자랐고 부인 역시 부유한 환경에서 어려움없이 자라 서로가 주기보다는 받는 것만 알고 자란부부였다. 상대편에게 기대했던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그동안 마음붙였던 아이들마저 커지니 쌓였던 것들이 하나씩 노출되기 시작, 부인의 태도가 완강해졌고 남편은 남편대로 이것을 이유삼아 술이 늘고 때리는 횟수가 많아졌으며 성생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
흔한 부부신경증의 하나다.
이같이 부부신경증이란 부부의한쪽 또는 양쪽이 결혼생활을 통해 심신장애가 나타나고 노이로제증상을 보이는 신경증적인 부부관계를 말한다.
건전한 부부관계는 성적기반·경제적 공통성·육아책임이라는 세가지 기반위에 정신성등 4가지요소에 의해 지탱되는 것. 이 정신성에 공통관심영역이 없거나 3가지 기반의 어느 하나라도 흔들리면 이 부부는 이미 부부신경증에 감염된것이다.
이들 신경증환자는 불안초조하고 우울하고 편견과 오해를 잘하며 비통감에 잘 빠지고 강박적인성격을 갖게된다는 것이 정동철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정박사는 상대방의 흠을 잘걸고 넘어지는, 즉 부부간의 친밀도가 없기때문에 곧잘 신경증으로 발전된다고 말한다.
폭력이란 것도 결국은 이러한 신경증의 한증세로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한양대의대 김광일교수 (신경정신과)는 아내를 때리는 남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랐거나 자기도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고 자란 사람에게서 많이 볼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매를 맞는 여성 역시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경우에 많다는 것이다.
대개 때리는 남편은 의처증이 심하거나 알콜중독, 성격이 아주 폭발적이거나 난폭한 성격장애, 그리고 정신분열증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맞는 아내는 우울증, 히스테리, 정신신체장애, 외상성 정신장애등을 호소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가학적, 피학적인 부부사이에는 이혼도 잘 이뤄지지 않는것이 특징. 남편의 보복이 무섭고 또 언젠가 남편의 폭력이 순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때문인데 이런 폭력은 결코 교정되지않는다고.
결국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낳는것이며 그래서 폭력은 유전하는 것이라고까지 한다.
부부신경증으로 고민하는 가정에서는 우선 자기의 모습부터 먼저 검토할것을 권한다. 모든 불행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생각하고 상대방을 원망하는한 얽힌 실마리는 결코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상대방을 검토하고 복잡한 환경이끼어든것이 아닌지를 검토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신경정신과의사를 찾아 상의하라고 권한다.
이런 마음가짐도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①내가 고통스러울땐 상대방도 괴로운 법이다. ②푸념을 하지말라 ③상대방의 약점을 기억하거나 건드리지 않는다 ④건강에 관심을 표한다 ⑤상대방을자기주장, 자신의 가치세계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⑥상호신뢰하고 대화시간을 늘리라고.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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