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통역 잘못해 청와대 정정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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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영어 해석과 관련한 'easy man' 해프닝이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盧대통령에 대해 "I have found the President to be an easy man to talk to"라는 표현을 썼다. 백악관의 한국어 전담통역사 통 킴씨는 "나는 盧대통령이 매우 이야기하기 쉬운 상대임을 느꼈다"고 통역했다.

서울에서 TV로 이를 지켜보던 문희상(文喜相) 청와대비서실장은 "통역이 잘못된 것 같다. 정정하자"고 지시했다. "만만한 상대란 것이냐"는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보수석실은 부랴부랴 "저는 盧대통령님을 대화하기 편안한 상대라고 느꼈습니다"라는 번역으로 다시 자료를 돌렸다. "'easy man to get along with'(친해지기 쉬운 사람)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로 실생활에서 아주 많이 쓰는 구문"이라는 해석도 보탰다.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I assured the President that we will continue to work to achieve a peaceful solution"을 청와대 측은 "저는 盧대통령님께 앞으로도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할 것임을 다짐했다"고 번역했다.

공동성명문에는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북핵 제거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고 되어 있던 만큼 'assure'의 강도에 보도진의 관심이 쏠렸다.

부시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지현(李至絃) 외신대변인은 "'assure'는 상대방을 안심시켜주는 데 무게가 실린 표현이며 자신의 다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부시는 金대통령을 "this man(이 양반, 이 사람)"이라고 지칭, 직후 두 사람 모두 곤란한 형편에 처했었다.

워싱턴=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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