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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지지율 29.7% 취임 후 최저 … 김 실장 조기교체론 여권 내부 힘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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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올해 첫 문화의 날 행사로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황정민·김윤진·오달수등 주연 배우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영화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 대통령, 윤 감독, 배우 황정민.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국제시장’을 봤다. 박 대통령은 상영 전 손경식 CJ 회장, 윤제균 감독, 주연배우 황정민씨 등과의 간담회에서 “젊은이들에게 윗세대의 희생, 그분들과의 소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고 말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독 광부·간호사들과 함께 영화를 본 박 대통령은 미리 손수건을 준비해 왔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장면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영화관 불이 켜진 후에도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윤 감독에게 “감동적인 영화 잘 봤다. 앞으로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정윤회 문건’ 파문이 한창인 시점에 개봉했다. 영화는 개봉 후 흥행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리얼미터가 27일 실시한 조사에선 지지율이 29.7%로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루 뒤인 28일 조사에서 31.5%로 다시 반등하긴 했지만 30%대가 무너진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연말정산 파문으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 23일 ‘이완구 총리 카드’를 꺼냈다. 신임 청와대 수석비서관 3명과 대통령 특보 4명도 발표했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에 인적 교체가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2008년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의 최저치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갈등했던 2010년 2월 4주차의 29.7%였다”며 “당시처럼 지금도 박 대통령의 핵심 고정 지지층만을 제외한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겉으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민경욱 대변인은 지지율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무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기류는 잔뜩 가라앉은 가운데 지지율 제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제시장’ 관람도 대중과 소통하는 스킨십 정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지지율에 민감한 이유는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을 추진하려면 야당의 반대를 돌파할 수 있는 여론이 절실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여간해선 스타일을 잘 바꾸지 않는데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민심이 심상치 않자 스킨십 정치를 복원하고 스타일을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위기 국면에 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스타일 변화만으로 민심을 되돌릴 수 있겠느냐는 점 때문에 내부적으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마치 인적 쇄신의 상징처럼 부각돼 있는 상황에 고심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실장의 교체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대통령의 고민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김 실장이 ‘소폭 개각’ 등을 마무리한 다음 박 대통령이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불통(不通)’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포인트가 김 실장을 교체하지 않고 있어서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며 “박 대통령이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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