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환호가 부담됐나 … 배영 100m 예선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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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김진호가 전광판을 바라보며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내일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할게요."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김진호(19.부산체고)는 밝게 웃으며 다음날 있을 배영 200m를 기약했다. 김진호는 18일 수영 남자 고등부 배영 100m 예선에 도전했지만 참가한 19명 중 16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기록은 1분10초97. 한 달 전 체코 세계정신지체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1분7초66보다 3초 이상 늦었다. 김진호의 어머니 유현경(44)씨는 "3년간 동고동락하던 코치가 바뀌어 진호가 최근 무척 혼란스러워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진호는 '스타'였다. 수영경기가 열린 문수실내수영장의 3000여 석의 관중석엔 빈자리가 없었다. 김진호가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나타나자 그의 주변은 관중들이 터뜨리는 휴대전화 카메라 플래시로 쉴 새 없이 번쩍였다. 김진호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가운데서도 트레이드 마크인 'V'자를 관중들에게 그려보이기도 했다. 김진호가 출발선에 서자 관중석은 함성으로 뒤덮였고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함성이 터져나왔다. 경기장을 빠져나와서도 그의 주변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둘러싸였고 이 과정에서 넘어지는 이도 있었다.

김진호와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간 유현경씨는 "어제 연습 때 관중들의 환호성에 흥분해 진호가 밤에 잠을 못 이뤘다"며 "장애를 가진 진호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김진호는 경기 후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내일 200m 뛸 거예요"라고 연달아 되뇌며 다음날 있을 배영 200m에 대한 투지를 보였다. 유현경씨는 "졸업 후 진호가 실업팀에 들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전국 8강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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