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의 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 크라이슬러는 옛날식대로 돈을 꿔쓰고 이제 그것을 ,?기로 했습니다』
최근 「이어코커」 이슬러회장의 「선언」에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 모였던 기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옛날식대로』(올드 패션드 웨이) 라는 말 한마디에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그 말은 『은행에서 꾼 돈을 누가 그리 쉽게 갚나!』하는 은유(隱喩)이기도 했다.
더구나 크라이슬러의 경우 불과 2년 전만 해도 파산 위기에 직면했었다. 「빅 3」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미국 산업의 상징적 분야인 「자동차」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것부터 미국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게다가 막대한 시설, 13만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의 실업을 생각하면 국가적, 사회적 손실은 위신의 정도가 아니다.
미국정부가 서둘러 『크라이슬러를 살리자』는 정책을 강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 보증으로 12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주는 결겅이 내리자 비난과 비관의 화살이 빗발쳤었다.
2년만에 그 화살들을 뽑고 『옛날식대로』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는 얘기는 폭소를 살만도 하다. 그 익살이 우선 재미있고, 크라이술러가 죽음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미국인에겐 유쾌한 일이다.
오늘 크라이술러의 회생은 단순히 경기회복으로만 설명할 일이 아니다.
물론 소득세 감세정책으로 미국인의 가처분소득이 늘고 자동차 외상구입에 따른 금리부담이 20%에서 9.9%로 줄어든 이유도 있다. 여기에 미국인의 자동차들이 평균 7.2년이나 되는 낡은 차들이라는 점도 새 차의 수요를 자극했다.
한때 미국을 횝쓸었던 일본의 소형차 윤출이 자제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일본은 대미 자동차 수출을 연 1백68만대로 동결했었다. 그만큼 미국 자동차 시장에 여유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이유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종업원들의 협조였다. 근착 타임지를 보면 「이어코커」 회장도 그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크라이슬러 종업원들은 지난 2년동안 경쟁사(GE와 포드)보다 시간당 2달러나 적은 급료를 달게 받았다. 타임지의 표현을 빌면 무려 1억달러의 임금을 종업원들은 『포기했었다』. 한편 크라이슬러는 가혹할 정도의 ??경영을 단행했다. 불과 3년 사이에 자동차 ?당 이율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요즘 크라이슬러는 2·4분기의 수율이 3억달러라고 발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상환기간을 7년이나 앞두고 지레 빚을 갚을만도 하다.
크라이슬러의 경우야말로 정부와 기업과 국민 (종업원)이 서로 협력해 위기를 극복한 하나의 「모델」이다. 우리에겐 결코 먼나라 얘기일 수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