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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이산30여년…애절한 사록들|무적정귀국, 혈육찾은 재미교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6·25동란때 부산으로 혼자 피난갔다가 미국인과 결혼, 도미한 50대 재미교포가 미국 ABC-TV방송을 통해 「이산가족찾기운동」을 전해듣고 무작정 귀국, KBS의 주선으로 오빠·동생등 혈육을 30여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재회의 기쁨을 누린 이산가족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사는 박정숙씨(54·여)와 대전에 사는 오빠 성량씨(57·대전시자양동225의4), 남동생 준부씨(51),여동생 정순(49·충북음성) 정자(46·인천) 정희(42·대전시신안동)씨등 5남매.
충북영동이 고향인 이들 남매가 헤어진때는 6·25가 터진 50년 여름.
충남도청 산업과에 근무하던 큰오빠 성근씨는 도청직원들과 부산으로 피난가고 준부씨는 군에 입대.
정숙씨는 어머니·3자매와 함께 외삼촌이 사는 영동군용화면으로 피신했다가 인민군이 처녀들을 끌어간다는 소문이 나돌아 혼자 부산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부산미군부대에 일자리를 얻은 정숙씨는 휴전 무렵인 53년9월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미군헌병중사 「재크·웨스트」씨와 결혼,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59년까지 가끔 편지를 주고 받았으나 외국근무(서독)를 하게된 남편을 따라가는 바람에 24년동안 소식이 끊겼다.
정숙씨가 이산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풀게된 것은 지난15일 미국ABC-TV에 녹화방영된 KBS 이산가족찾기 프로때문.
미국전역에 방송된 이프로를 뉴욕주버팔로에서 시청한 정숙씨의 딸이 『고국에 가서 가족을 찾아보라』고 권유하자 직장(컴퓨터회사)에서 5주간의 휴가를 얻어 지난 18일 귀국했다.
19일상오 5시쯤 여의도KBS로 찾아간 정숙씨는 6·25동란당시 충남도청 산림과에 근무했던 오빠 성근씨와 5남매의 어머니 이금선씨(8년전 작고)를 찾아달라고 호소, 대전KBS에 확인끝에 오빠가 이달초 충남대덕군산림과에서 정년퇴직, 대전에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으며 상오11시쯤 화면 상봉후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가 5남매와 재회했다.
30년만에 혈육을 만난 정숙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헤어지지 말것을 다짐했다.
정숙씨는 미국인 남편과 사이에 1남1녀를 두었으며 아들 「제임즈」군(20)은 대학에, 딸 (29)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대학원생인 딸이 약사와 결혼, 생활의 터전을 잡았으나 10년전 남편과 이혼해 컴퓨터 회사의 검수원으로 일하고있다.
딸이 김치를 좋아하고 아들도 쉬운 우리말을 잘 한다고 자랑한 정숙씨는 8월21일 다시 미국으로 떠나지만 내년엔 아들딸과 함께 다시 혈육을 찾을 것을 다짐하며 재회의 기쁨을 한껏 누렸다.

<대전=박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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