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가 '세계경제 기름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넘쳐나는 오일달러가 세계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산유국들이 이 자금을 소비재를 수입하는데 사용하거나 미국 국채 등 금융자산을 매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 등 원유 수입국의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일달러 덕분에 원유 수입국의 수출이 늘고,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NYT는 "급격한 유가 상승에도 미국 등의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지 않는 것은 상당부분 오일달러 덕분"이라며 "세계 경제성장율도 올해 4.3%로 비교적 건실하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사우디.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를 비롯해 베네수엘라.러시아.나이지리아 등 19개 주요 산유국들이 올해 벌어들이는 오일달러는 총 7810억 달러(816조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5400억 달러, 2002년 3240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은 올해 4000억 달러를 벌었다. NYT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중동 산유국들의 수입은 1980년 2차 오일쇼크 때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산유국들이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쓰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석유시추 장비와 자동차를 사오는데 쓰거나 이들 나라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오일달러를 저축하는 것이다.

NYT는 "산유국들이 물품 수입에 오일달러를 쓸 경우 수출국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들 수출국의 생산과 일자리가 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산유국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에 판매한 총 상품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억 달러 늘었다.

반면 산유국이 오일달러를 미국 국채 매입에 쓰면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오일달러가 기업 투자 및 소비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NYT는 "오일달러가 미국 국채 구입에 대거 몰리면서 금리 상승을 막는 효과를 내 결국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특히 모기지 금리를 낮춰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고, 소비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