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휘권 행사되는 순간 검찰 중립 꿈 무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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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왜 국민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원하는 것일까요"라고 물은 뒤 "검찰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장은 강정구(59.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반발, 14일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장관이 피의자 구속 여부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며 "검찰이 외부 힘의 영향에 흔들리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죽은 고목에서 꽃이 필 수 없듯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검찰이 인권과 정의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북 화해 등 '시대정신'을 강조한 청와대의 입장과 관련, 김 총장은 "구체적 사건 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은 법률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 중인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우려와 함께 검찰 구성원의 단합을 촉구했다. 김 총장은 "현재 진행되는 사법개혁과 수사권 조정이 권력기관 간의 단순한 권한 배분이나 정치세력 간 타협의 산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권을 약화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했다.

퇴임식에 앞서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김 총장은 "'강정구 교수 사건'은 단순히 구속 또는 불구속의 문제가 아니라 현시대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보안법 피의자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구속 의견은 소신"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 관련, "정치적 중립은 조직이기주의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흔들릴 때 국민은 중립적이길 바라며 걱정했다. 외부에 흔들리면 공정한 수사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과거 '신뢰가 떨어진 검찰'이라는 표현이 많았으나 그동안 검찰이 자성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해 왔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올 4월 송광수 전 총장의 후임으로 임기 2년의 검찰 총수에 발탁됐다. 퇴임식에는 전국 고.지검장 등 200여 명의 검찰 간부가 참석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 퇴임 인사를 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를 방문해 천 장관과 1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김종문.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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