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카드 꺼낸 여권] "차장 동반사퇴는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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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간부 등 20여 명은 정상명 대검 차장의 주재로 3시간 동안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의 수습 방안 등을 숙의했다.

회의에선 검찰 조직의 조기 안정과 검찰의 독립성 훼손에 따른 대응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김 총장의 사표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청와대의 발표 내용에도 촉각을 세웠다. 향후 검찰 조직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참석자는 "일선 검사들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동반 퇴진이나 검찰 지휘부 사퇴 등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할 경우 항명사태로 번져 검찰조직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참석자 일부는 "검찰총장이 강하게 밀어붙여 사태가 커진 데는 조언을 잘못한 보좌진의 책임도 크다"는 일선 검사들의 격앙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총장에게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수사를 건의한 공안부 관련 참석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간 뒤 별도의 회동을 하기도 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평검사 회의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솔직히 모이는 것 자체가 없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말했다.

정 차장의 동반사퇴론도 한때 나왔다. 정 차장은 회의 직전까지 "나도 괴롭다.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며 사퇴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회의를 끝낸 뒤 '동반사퇴 하느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말문을 닫은 채 곧바로 귀가했다. 강찬우 대검 공보관은 "참석자들은 차장의 동반사퇴는 사태수습을 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사표 수리 뒤 정 차장에게 전화해 "이런 때 차장이 그런 것(사퇴) 하면 안 된다"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또 "검찰 지휘를 맡은 사람으로서 사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모두가 이해해주기를 기대한다"며 "검찰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서 차분히 업무를 수행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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