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병」이 가까이 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이라는 「죽음의병」이 우리의 코앞에까지 다가온 것 같다.
지난81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병은 인체의 자연면역성을 파괴함으로써 암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악성질병을 불러들이는 의문의 전염병이다. 걸리기만 하면 인체와 면역체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3년 안에 86%가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발견된 환자는 지금까지 약1천7백명, 그 중에서 6백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5월 유럽의 16개국에도 번진 것으로 밝혀진 이병은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슷한 증세의 환자가 최근 발견되어 우리에게도 새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있다.
미국의 환자수가 전체 환자수의 5%정도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 환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보고도 있고보면 공포의 새 병은 이미 우리주변에 와 있거나 전염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AIDS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란 이병에 걸린 사람 가운데 72.2%가 동성애를 하는 남자이고, 그중 74%가 사망했다는 통계뿐이다.
이것 역시 확실않치는 지만, 이병은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수혈이 감염원일 가능성이 높다는「잠정」 결론에 따라 미국·호주 등에서는 호모족의 수혈을 금지했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혈액수입을 금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만도 수년간 수입혈액을 써온 혈우병 환자가 이달 초 사망한 사실이 보도된데 이어 역시 수입혈액 제제로 혈우병 치료를 받던 두 어린이가 AIDS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있다는 보도가 13일 나왔다.
원인이나 전염경로를 분명히 알지 못하니 병에 대한 두려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수혈이나 성적인 접촉이 아니라 가족끼리의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도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미국사회는 온통 접촉기피증에 걸리다 시피했다는 것이다.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AIDS공포는 남의 나라 얘기일수만은 없다.
AIDS의 상륙에 대비, 보사부는 미8군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긴급대책에 나섰으나 그들도 원인을 모르는 마당에 신빙성 있는 자료가 나오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병이 발생해서 허둥대기보다는 이병에 대한 정보를 차근차근 챙겨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은 세워야한다.
우리의 방역진은 연례적인 전염병에 대해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부산하게 움직이는 타성에 젖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책임 모두를 보사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보다 확실한 정보를 갖고 일반에 대한 계몽을 함으로써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비단 A1DS의 경우만이 아니다. 원인을 알수 없는 공포의 병은 적도지역의 풍토병을 비롯해서 얼마든지 있다.
현재의 질병체계와는 다른 양상의 괴질이 집단적으로 많은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이미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질병의 국제화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공포의 괴질에 대항하려면 우선 정확한 정보부터 확보해야한다. AIDS가 상륙하는 것은 일단 시간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미리 세워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