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조류독감에…" 감염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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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예보 발령이 내려진 14일 부산의 한 양계장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조류독감 예보 발령이 내려지면서 양계농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겨울철새 도래지 주변의 보건소에는 조류독감 예방접종 문의가 빗발치고 있으며, 닭고기 집 등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 중 하나인 낙동강 을숙도가 있는 부산시 사하구 보건소에는 예보 발령이 난 14일 조류독감 예방접종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수십 통이나 걸려 왔다.

보건소 관계자는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예방접종 후에는 철새 구경을 가도 되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하루종일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겨울철새 명소인 천수만을 낀 충남 서산시보건소도 예방접종 문의가 폭증, 전체 시민(15만 명)의 30%를 접종할 수 있는 백신 확보물량이 부족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독감 백신을 조류독감 예방약으로 생각해 접종에 무관심하던 20~30대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구책으로 엽총을 들고 불침번을 서는 농민까지 등장했다. 닭 4만 마리를 기르는 충남 홍성군 구항면 박태원(56)씨는 최근 파출소에 맡겨뒀던 엽총을 찾아 하루 2~3회씩 허공에 공포탄을 쏘고 있다. 자신의 양계농장에 접근하는 철새를 쫓기 위해서다.

삼계탕.통닭집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닭이 조류독감을 옮기는 것으로 생각한 손님들이 발길을 끊다시피 해서다. 대구시 수성구 K삼계탕은 하루 평균 300명이던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14일에는 평소 20~30명이나 되던 점심시간 예약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정부 대책=정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큰 철새가 국내를 찾는 기간인 내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과거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21개 시.군의 닭.오리를 하루 두 차례씩 정밀 관찰하는 등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14일 조류독감 발생 예보를 발령하고 조류독감 방역대책 점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또 의사, 수의학자 등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류독감 방역 민관협의체(위원장 국무총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조류독감 관련 동향을 주시하는 한편 남북을 왕래하는 인원과 선박.차량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방침이다.

터키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치명적인 H5N1형으로 밝혀지자 유럽 전역과 미국도 방역 대책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은 각 회원국에 독감 예방접종을 강화하고 조류독감 예방치료제인 항바이러스 약품을 비축하라고 당부했다. EU가 이날 브뤼셀에서 조류독감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4~26일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미국도 항공 당국과 민간 항공사들이 조류독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경계 수위를 대폭 높였다.

조한필.장대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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