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 대 짱' 맞수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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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맨주먹의 형사가, 무기를 들거나 부하를 몇 명 거느린 악당 두목을 상대할 때 소매로 입술을 닦으며 '툭'하고 한마디 던진다. "그러지 말고 우리 남자답게 맞장 한번 뜨자."

삼성-두산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맞장 시리즈'다. 일대일 매치업으로 사연을 지닌 선수들끼리의 맞대결 파노라마다. 맞수들의 정면충돌. 이 맞대결의 승자가 최후에 웃는다. 한국시리즈의 패권, 한국 야구의 대권을 잡는 것이다.

◆ 4번 타자=심정수 vs 김동주

둘은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오른손 거포로 유망주였다. 서울 출신이고, 동기생이다. 김동주(배명고)가 심정수(동대문상고)에 앞섰지만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에 4년 먼저 데뷔한 심정수가 지금은 맞상대로 손색이 없다. 둘 가운데 누가 분위기를 확 바꾸는 대포를 쏘아올릴 것인가. 둘의 시선은 벌써 담장 너머에 있다.

◆ 유격수=박진만 vs 손시헌

국내 최고의 유격수가 이 매치업에서 판가름난다. 박진만은 지금까지 세 번의 골든글러브와 올림픽팀 주전 유격수 등 '유격수 넘버 원'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간판이다. 인천고 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손시헌은 반대다. 연습생 격인 신고선수로 프로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늦깎이'다. 그러나 수비범위와 어깨, 탄력에서 박진만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고'가 판가름나고, 그 소속팀이 우승팀일 것이다.

◆ 마무리 투수=오승환 vs 정재훈

프로 3년차 정재훈이나 올해 갓 프로에 데뷔한 오승환이나 전담 마무리로 포스트시즌을 맞는 건 처음이다. 마무리 투수의 매력은 큰 경기일수록 크다. 승리가 확정지어지는 마지막 순간,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환하게 웃는 주인공은 선발이나 4번 타자가 아니라 마무리 투수다. 10승 11홀드 16세이브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오승환. 1승 30세이브의 '세이브 왕' 정재훈. 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가.

진갑용(삼성) vs 홍성흔(두산)의 '안방마님 매치업', 양팀 사령탑 선(Sun)동열 vs 김경문(Moon)의 '해와 달 매치업', 김한수(삼성 1루수)와 장원진(두산 1루수)의 '소리 없는 강자(둘의 별명이 같다) 매치업' 등이 이번 한국시리즈 맞수들의 대결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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