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공제 15%로 올리면 최대 12만원 더 환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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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납세자가 부당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시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병석 의원. 김경빈 기자

‘다자녀·노후연금·독신자’.

 정부·여당이 21일 긴급 당정회의에서 연말정산 공제를 늘리기로 한 대상이다. 소득공제 대신 세액공제 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들 3대 항목의 혜택이 크게 줄어든 것이 중산층 반발의 원인이라고 판단해서다. 특히 이날 마련된 보완책을 올해 연말정산 귀속분에 소급 적용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보완책은 내년 연말정산부터 반영된다”던 정부 발표를 뒤집은 결정이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일이 그만큼 시급했다는 얘기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귀속 소득을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절차이긴 하지만 헌법상 권리·이익을 주는 소급은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정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2월 월급에서 연말정산분을 뗀 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다시 돌려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3월까지 구체적인 공제 금액·비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자녀 공제와 연금저축 공제 확대는 중산층의 공제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지금 방식이 저출산·고령화 대응책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정이다. 우선 자녀가 많으면 공제 금액이 크게 늘어나도록 다자녀 공제 제도를 개선한다. 현재 방식이 다자녀가구에 별다른 혜택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종전 소득공제 방식에서는 셋째 아이부터는 두 배로 공제해 준 데 비해 지금은 셋째 공제액(20만원)이 첫째·둘째보다 30% 정도 많은 수준이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첫째에 15만원을 줬다면 둘째·셋째엔 2~3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생·입양 공제도 재도입하기로 했다. 종전 방식에선 소득세율에 따라 100만원 한도에서 공제하다가 세액공제 방식에서 폐지하면서 신혼부부들의 불만을 낳았던 항목이다.

 세액공제 전환 후 연금저축 가입자가 줄어든 현실을 반영해 연금저축 공제율도 지금보다 높이기로 했다. 연금저축은 종전 방식이 연 400만원 한도에 소득세율을 적용해 공제해 준 반면 세액공제에서는 공제율을 일률적으로 12%로 낮추면서 중산층 이상 직장인의 해지가 크게 늘었다. 예컨대 과세표준 4600만~8800만원(소득세율 24%) 근로자라면 공제액이 96만원에서 48만원으로 줄게 됐다. 전문가들은 연금저축 공제율을 교육비 수준인 15%가량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세율 24% 중산층 근로자는 올해 원래보다 12만원 늘어난 60만원을 받는다.

싱글족에 한해 늘려주기로 한 표준세액공제(현재 12만원)는 혜택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표준세액공제는 신용카드·자녀·교육비 같은 특별공제가 적은 근로자에게 주는 혜택이다. 싱글족이더라도 카드 사용액이나 보험료를 합치면 특별공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에 대해 급한 불 끄기 수준의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산층 반발의 핵심인 교육비·의료비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해서다. 당정회의 전까지만 해도 여당 내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막상 당정협의 결과 발표문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교육비와 의료비까지 공제를 더 하면 과거 소득공제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정부 반발에 부닥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액공제 전환으로 늘어난 세수 9300억원의 대부분이 의료비와 교육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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