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274개 내용 파악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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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테이프에 대한 검찰의 내용 파악이 '불법 수집한 증거는 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 없다'는 '독수(毒樹)의 과실' 원리를 피해 내용 수사를 목적으로 한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과 국정원에 따르면 수사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공씨를 지난달 14일부터 1주일에 2~3차례씩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 불법 도청 테이프 10여 개씩을 주고 테이프의 목록과 주요 내용을 정리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씨는 검찰 조사실에서 검사나 수사관 없이 혼자서 도청 테이프를 하나씩 틀어보면서 ▶도청 테이프의 제작 일시 ▶장소 ▶대상자 등을 특정하고 도청 내용이 무엇인지 등 개괄적인 분석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공씨를 통한 도청 테이프의 내용 파악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에 대비, 곧바로 내용 수사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보인다. 또 문제의 테이프들이 공씨 이외에 제3자에게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내용을 알아둘 필요가 있고, 도청의 실태도 파악하기 위해 테이프 정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도청 테이프를 직접 들을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에 대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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