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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꽃피우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첨단산업이란 극성스럽게 가꾸지 않으면 좀처럼 필 수 없는 난생의 꽃이다. 때가 되면 스스로 피는 자생화는 결코 아니다.
토양을 마련하고 기후를 조절하고 모양을 다듬고 거름을 줘야 한다.
정부는 미지의 가시밭길에 무거운 짐을 끌고가는 고통을 참으면서 앞장을 서야하고 기업은 재생의 아픔을 겪어야하고 국민은「죽고 사는게 달린」문제라는 차원에서 이해와 성원을 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지않는 한 제대로 일은 추진이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첨단산업에 대해 개발비의 반을 정부에서 보조하고, 일본은 6개의대기업을 묶어서 컴퓨터를 개발케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주었다.
첨단기술이 꽃피는 사회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는 다른 사회다 .상식도 바꾸어야 마땅하다. 첨단기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란 우선 새로운 상식이 일반화된 사회라 할수있다.
우리가 바꾸어야할 상식의 하나는 기술도입이다. 60년대의 우리나라 기술도입은 일본의 헌공장들을 떼어 옮기는 것이 주류였다. 70년대의 기술도입은 수입규제를 해서 내국시장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자재를 갖고와서 단순조립을 하는 일이 주류였다.
이것은 선진국에 대한 종속적인 수직분업을 하겠다는 것이었으므로 기술도입에 별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첨단산업을 한다는 것은 대등한 경쟁관계가 되자는 것인데 옛날 방식대로 기술을 줄리가 없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은 과거의 패턴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가 새 분야에서 기술도입이 이루어졌다해도 그것은 필경 시장이 국내에 한정되고 그나마도 본질적으로는 변형된 수입의 영역을 넘을수가 없는 것이 되게 마련이다.
첨단기술의 도입은 벤처캐피틀(Venture Capital)의 투자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한다. 과거의 조인트벤처는 외국에서 기술을 가진 회사가 돈을 국내에 갖고 와서 합작투자를 한데 반해서 앞으로는 우리가 돈을 갖고 선진국에 가서 기술을 가진 개인이나 소회사에 투자를 해주고 그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는 방식을 취해야한다.
이것이 벤처캐피틀의 단순화한 도식이다.
본질적으로 여기에는 모험이 따른다. 모험이 따른다는 것이 첨단산업의 특성자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돈을 벌기위해서 기술개발도 해야하는데 기술개발처럼 돈을 날려버리기 쉬운게 없다. 기술개발은 투자회수기간이 길고 개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또 제대로 만들어져도 안팔릴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더 곤란한 것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만드는일 부터가 어려워 진다.
첨단기술개발에의 투자는 근본적으로 새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개발투자에 넣을 돈의 액수를 정하고 「한번만 맞추면 본전은 건질수있는데 다섯번쯤 시행하면 한번쯤은 맞춘다」는 계산으로 투자를 해야한다. 물론 투자비는 5등분해서 다섯개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들어 정부에서는 기술진흥에 열의를 보이고있다.
기술진흥확대회의의 정기적인 개최, 특정연구과제선정을 통한 기업에의 개발비지원, 기술개발회사설립, 기업을 참여시킨 전전자식전화교환기개발, 데이터통상회사설립등등.
그러나 진정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가 기술개발에 달렸다고 할진대 지금의 상식을 바꾸는 더한층 과감한 시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되게시리 일을 해볼수 있게 큼직한 자금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기처에서 구상하고있는 육성기금이 그 한 예인데 거국적인 성원이 보내져서 조속히 기금이 마련돼야한다.
둘째, 지금은 연구소와 공동으로 할때만 연구비가 지급되는데 영국이나 이스라엘처럼 기업에 직접 보조금이 지급되는 길도 열어야 할 것이다.
셋째, 앞으로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나갈수 있는 제품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개발-생산-판매활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해외활동이 권장되어야 한다. 아직도 외국컨설턴트를 쓰거나 해외에 투자를 하려면 제약이 많다. 근본정신이 제약에서 권장으로 바뀌어야만할 것이다.
넷째, 첨단산업중에서 잘 이해가 안될지 모르지만 의외로 기술자 단독으로, 또는 수명이 모여서 시작하는 일이 외국, 특히 미국에는 많다.
이들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정책이 나와야한다.
또 싱가포르에서도 소프트웨어회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아주 싼값으로 건물을 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기술개발회사, 신기술투자등에서 이런일을 시작했으나 더욱 적극적으로 많이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프랑스정부처럼 시장을 창출해야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기처에서 개인용컴퓨터를 5천대 구매했고 체신부에서도 시장을 적극 창출하고 있다. 이것을 국가규모로 장기적으로 보아서 모든 분야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런일들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새로 사고방식에 대한 전국민적인 콘센서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데서 더욱 그러하다.
첨단산업을 일으키는데 있어서 적어도 남이 해놓은것을 보면 배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하지않을까.
우리가 보고 배워야할 선생들은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영국·대만·싱가포르등에서 하고있는것을 열심히 배우고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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