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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盧, 국익 위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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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의 화끈한 대미 유화 발언이 화제다.

미국을 방문 중인 盧대통령은 나비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53년 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그의 '반미(反美)성향'을 놓고 논란이 뜨거웠는데 이번엔 친미(親美)논쟁을 부르고 있다.

14일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노사모 게시판은 물론 보수적 성향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盧대통령의 정체성에 관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지지층이 확 바뀌지 않을까 걱정"(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연 盧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일까.

대통령 후보 시절 그는 주변의 미국 방문 권유를 일축했다. 그것도 "사진 찍기 위해선 안간다"는 냉소적인 말을 써가면서 거절했다. 지난해 9월 영남대 특강에선 "미국에 안간다고 반미주의냐"고 말하다 내친김에 "반미주의면 어떠냐"고까지 했다.

당시 盧대통령은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면 국익에 문제가 있겠다"며 급히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였으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렀다.

이에 앞서 盧대통령은 초선의원 때인 1990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일이 있다.

이후 盧대통령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통일 후에도 동북아 지역의 대치구도가 유지된다면 계속 주둔"에서 "통일 후에도 무조건 주둔"으로 입장을 수정해 왔다. 반미로 해석될 발언도 삼갔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 같다는 관측도 부분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던 盧대통령은 4월 2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그동안 대등한 한.미관계를 강조해 왔으나 국민의 생존이 보장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대등한 한.미관계를 위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고, 급기야 생애 처음인 이번 미국 방문에선 미국과 완전히 '코드'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를 "盧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면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친미냐, 반미냐의 이분법으로 한.미 관계를 접근할 게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최대가치를 둔 이상 부시 대통령과 강경파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선 변신뿐 아니라 '연기'도 못할 게 없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 인터뷰에서 "보수의 저항은 설득하기 쉽지만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세력들과의 마찰과 갈등이야말로 감당키 어렵다"고 했던 盧대통령의 토로대로 네티즌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ID가 hancha인 네티즌은 "국내에선 미국과의 혈맹관계를 설득하고, 미국에 가선 꿋꿋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야지 국내에선 북한 눈치보며 자주적인 듯 큰소리치다 미국에 가서는 아양떠는 듯한 모습에 부끄럽고 속상하다"고 했다.

'김기백'이란 네티즌은 "일본에 가선 '1945년에 항복하지 않았으면 아예 태어나지도 못했을텐데 항복해줘 고맙다'고 할텐가"라고 꼬집었다.

노사모인 '후아'는 "수많은 사람에게 노무현 코드를 강요했는데 사과해야할 상황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다"고 했다. "이제 (노사모를)떠나겠다"는 네티즌도 보였다.

반면 'study119'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좌익이었고 반미였으나 국민을 먹여살리기 위해 당선 후 친미로 변신했고 개혁과 함께 보수적 관점의 경제운용을 했다.

국익을 위해 현실적 처신을 한다고 그것을 폄하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jaekh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노통은 오죽하겠는가"라고 했고, 네티즌 '김찬중'은 "정치범수용소 인용 발언은 미국의 반한 감정을 해소시키는 아주 적절한 언급"이라고 옹호했다.

강민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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