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 첫 훈련] 호랑이 감독 "새로 시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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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김상선 기자

감독이 바뀐 뒤 첫 훈련. 예상대로 진지했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훈련 내내 팔짱을 끼고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동작을 살펴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모여 훈련을 시작했다. 오후 1시까지 모인 '아드보카트 1기' 선수들은 오후 4시40분부터 100분간 훈련을 진행했다. 5대 2 몸 풀기 축구와 패스 연습, 6대 6 미니게임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이었으나 선수들은 새 감독 아래서의 첫 훈련인지라 진지하고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골문 앞에서 선수들이 머뭇거리자 큰 소리로 "슈팅"을 외치기도 했다. 세 조로 나누어 진행된 6대 6 미니게임에서는 정경호가 혼자 네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첫 훈련을 마친 뒤 이동국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라 그런지 선수들 간에 거칠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늘 훈련은 선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수를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기 훈련을 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선수일수록 기본기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며 "6대 6 미니게임은 빠른 판단과 기술을 요하는 훈련"이라고 답했다. 그는 "공격 역량을 가진 선수가 몇몇 있었다.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술이 있다고 보여 월드컵에서도 기대만큼 할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했다.

아드보카트는 "선수들은 승용차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2002 월드컵의 성과는 책으로 기록될 정도로 빛나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새롭게 팀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랑이 감독' 앞에서 태극전사들은 '순한 양'이었다. 승용차를 몰고 오지 못하게 한 '아드보카트식 리더십'에 선수들은 불평 없이 잘 따라 주었다. 선수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소속 매니지먼트사 직원의 차를 '얻어 타고' 왔다. 안정환은 부인이 운전한 차를 타고 왔고, 이천수는 "미스코리아 출신 여자친구가 태워다 줬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진철과 김영광.조원희 등은 택시를 타고 왔다. 수원에서 출발한 송종국이 '차가 막혀' 10분 넘겨 도착했을 뿐 대부분 일찌감치 숙소에 당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훈련 전 스태프 전원 미팅에서 "나는 원칙을 중요시한다. 모두 원칙을 지켜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당부했다. 대표팀은 10일까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훈련을 한 뒤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로 이동, 12일 이란전에 대비한다.

파주=이충형 기자<adch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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