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품이 잘팔린다"|칫솔에서 피아노까지…늘어나는 수입상품의 실태와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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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78년 수입자유화이후 국내수입상품은 꽤 많아졌다. 작게는 칫솔에서 덩치 큰 피아노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다녀보면 이른바 「외제품」의 종류는 갖가지다. 7월1일부터는 다시 3백5개 품목의 수입이 자유화되고 그동안 특별법에 묶였던 농산물 등 3백90종이 수입제한에서 풀린다. 상품수입의 목적은 질좋은 외제품의 문호를 열어, 경쟁력을 촉발시켜 국산품의 질 향상을 꾀하고 무역거래상 서로 창구를 개방케 한다는 것 등.

<유통구조>
수입상품의 유통구조는 단순하지는 않다. 다단계에다 얽히고 설켜 상품가격도 자연히 높아지는 경우가 흔하다.
실생활에 직결된 소비재의 수입상은 현재 줄잡아 5백∼6백개 정도. 이들이 직접 무역거래를 하는 예는 드물고 자격이 있는 종합상사나 오퍼상을 통해 수수료를 주고 상품을 수입한다.
수입된 상품은 수입상이 넘겨받아 백화점 등 소매상에 공급하는 것이 순서. 이 과정에서는 소위 나까마라는 중개인이 한자리를 더 거치는 것이 상당하다.
현재 수입상품을 취급하는 소매상은 서울의 경우 남대문 C, D, E동 상가를 비롯해 회현지하상가와 최근에 문을 연 대한화재해상보험빌딩 안 숭례문상가 등. 부산 국제시장과 대구 교동시장도 수입상품들이 집결돼 있다.
한때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던 남대문상가는 정식 수입상품이 반을 넘을 정도로 개선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수입자유화조치이후 외제품상점은 무척 많아졌다. 백화점·슈퍼마키트는 물론, 웬만한 아파트단지면 외제품가게는 하나쯤 있다. 백화점은 수입상과 직거래가 보통이지만 나머지 소매상들의 물건구입처는 앞서 말한 남대문시장 등 도·소매를 겸한 남대문·숭례문상가 등은 상오4시면 아침장이 열려 보따리를 든 각처의 소매상들이 줄을 잇는다. 말하자면 이곳이 뿌리인 셈이며 여기서 가지를 쳐 수입상품들이 곳곳으로 흘러나가는 것이다.

<가격>
수입상품이 국산품보다 판매가격이 낮은 경우는 없다. 관세외에 특소세·방위세·부가세만 해도 수입가격의 보통 l백%에 가깝다.
여기에 수입대행기관에 5%안팎의 수수료를 주고, 수입상이 30∼50%의 마진을 보탠 뒤, 마지막소매상이 20∼30%의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입상들은 수입외제품의 가격이 같은 국내상품의 2∼2.5배면 상품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수입상품이 국산품값의 2∼3배가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 그러나 수입상품의 가격은 실제로는 천차만별이다.
좀 팔리겠다 싶으면 엄청난 마진을 붙여 4∼5배에 이르는 것이 있고, 안팔리면 거의 수입가격에까지 떨어져 덤핑도 행해진다. 실제 주부들이 많이 찾는 부엌용 칼은 국산세트의 5천∼1민5천원에 비해 서독제는 8만원선. 압력솥도 국산이 2만5천원(10인용) 인데 비해 외제는 12만원이라고 한다.

<수입상품 동향>
수입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다. 부침이 심해 종목을 잘못 선택하면, 수입상도 큰 손해를 본다. 이 때문에 78년 자유화 이후 너도나도 매달렸던 수입상들도 이제는 많이 정리됐다는 이야기다.
예를들면 과자류는 한때 수입이 급증했다가 지금은 줄어든 품목. 78년 4천4백만달러 어치가 수입돼 이에 놀란 당국이 곧 감시품목으로 묶기로 했지만 국산품의 질도 높아져 『외국제가 별것 아니더라는 인식변화』도 작용했다.
유아용 이유식도 수입과잉으로 식품점마다 즐비했으나 지금은 수입이 한곳으로 창구가 단순화됐는데도 별로 인기는 없다. 한때 잘 팔리던 주방용 파이버 글래스도 외제와 흡사한 제품이 나와 서서히 줄어가고 있다. 이밖에 신발·악기·피아노 등도 초기에 수입은 늘었었으나 다시 둔화돼 각광을 못받고 있는 품목들. 피아노는 한대 2백만∼3백만원을 홋가해 『아무리 외제라지만 너무 고가품은 잘 안 팔린다』는 교훈을 남겼다.
수입상품으로 인기가 꾸준한 것은 플래스틱 식기류나 프라이팬 등 주로 주방용품들. 범랑류는 외제 때문에 국산업계가 거의 도산되다시피 했다. 난방용 알라핀난로와 유명한 「싱거」미싱도 날개돋친 듯 팔리다가 수입이 제한됐고, 소품으로는 한때 수입이 허용됐던 손톱깎이도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수입 새상품>
새로 수입자유화될 품목을 늘고 수입상들 사이에는 요즘 탐색전이 한창이다. 수입자유화 이후의 일반국민의 외제선별능력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선호경향은 남아있다. 일단 조금씩이라도 모든 품목을 수입해보고 판매경향에 따라 뒤에 교통정리가 행해지리라는 업계의 추측이다.
새로 수입될 외제품은 나라마다 가격이 다르고, 수입선이 정해져있지 않아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냉장고는 미국의 경우 3백10ℓ짜리가 3백40달러선. 90%관세가 붙고 각종 비용을 합치면 국내시판가격은 l천3백달러(약97만5천원)선. 용량 6㎏이하가 허용된 세탁기는 3㎏짜리의 경우 일제가 72만원정도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산 냉장고는 52만2천8백원, 세탁기는 18만5천원이기 때문에 2∼3배가 되는 셈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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