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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취업자 연봉 협상까지 지원 … 포스코, 퇴직자 부부동반 컨설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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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는 삼성 본사와 제법 떨어진 서울 서초동 N빌딩 14층에 있다. 경력 관리나 재취업을 위해 찾는 직원들이 동료나 선후배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일부러 일터와 뚝 떨어진 곳에 마련했다. 2001년 8월 세워진 이 센터를 거쳐간 3500여 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재취업하면 연봉이나 복지 수준 같은 처우가 떨어지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여건을 낮춰서라도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그런데 삼성경력센터를 거쳐 재취업한 사람들은 정반대다. 84%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 95%는 직급이 유지되거나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연봉을 떠안으면서 이들을 데려간다는 얘기다. 지세근 센터장(상무)은 “퇴직 전 오랜 기간 경력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노후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게 센터가 도와준다. 심지어 재취업 때 연봉과 직위에 대한 협상까지 경력센터가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회사원은 퇴직이 임박해서야 쫓기듯 이모작 설계에 나선다. 실패하거나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유다. 한국고용정보원 장서영 연구위원은 “퇴직 전에는 ‘어떻게 되겠지’ 하며 낙관하다 퇴직날이 다가올수록 초조해하고 불안해 한다. 그러다 결국 이모작에 실패하거나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이게 일상적인 분노와 폭력으로 연결돼 가정생활마저 파탄 나는 사례가 나온다”고 말했다. 73.7%의 회사원이 이런 프로그램을 원한다. 그런데 현실은 16%의 기업에만 있다.

 이 때문에 여유를 갖고 사회 안전망과 별도로 자신만의 개인 안전망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생애 경력관리다. 먼저 자신의 경력을 평가하고 생활 스타일과 직무 강점, 스트레스 활용법까지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어 고용시장을 조사하고 기업 정보를 탐색한다. 동원 가능한 네트워킹을 분석하면서 전략을 수립하고, 모의 인터뷰와 이미지 관리, 협상전략까지 챙긴 뒤 재취업에 임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근로자 혼자 할 수 없다. 근로자의 업무성과와 성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제3자가 필요하다. 근로자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회사가 가장 적임이다.

 포스코의 그린라이프 서비스나 KT의 라이프플랜이 이런 이모작 도우미 프로그램이다. 재직자 장점과 단점, 직무 적합성과 변화상 등을 진단한다. 이어 재취업이나 창업 전략을 근로자와 함께 수립하고,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도와주고 재취업 자리도 탐색한다. 부부동반 프로그램을 진행해 퇴직 뒤 가정의 화목까지 컨설팅한다. 진단·분석·대처법·완쾌까지 닥터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노사발전재단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이와 유사한 경력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특별취재팀=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박진석·박현영·염지현·최현주·박유미·김은정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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