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상전 틈바구니서 곡예하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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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중공과 소련의 각종 대표단이 평양을 자주 찾고 있으며 대표단장도 외상·부수상등 고위인물들이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중·소의 이른바 북방 3각 관계를 조명하는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같다.
올해 들어 중공과 소련은 종래와 같이 경쟁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중공은 올들어 북한에 무려 15개의 대표단용 파견했으며 소련도 목같이 15개 대표단을 평양에 보냈다.
그런데 이에 답해 북한이 같은 기간중 중공에 보낸 대표단수는 15개인데 비해 소련에는 9개 대표단을 파견, 소련보다 중공에 아직 미소를 많이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소 관계>
소련대표단중 가장 비중 있는 것은 지난 16일 평양에 온 소련부수상 「탈리진」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이다.
이 대표단의 방문목적은 「경제및 과학기술협의위원회」제18차 회의 참석으로 돼 있으나「안도로프프」체제가 들어선 이후 소련의 고위층각료로는 첫 평양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며, 북방관계가 호전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이와 함께 5월들어 소련의 매스컴의 논조도 종래의 일방적인 대북한 지원생색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등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모스크바방송은 소련과 북한간의 82년도 화물수송량이 4백만t에 이르고 있으며 소련은 베트남·캄푸체아등 태평양국가들에 대한 통과화물 전진기지로 나진항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이같은 협력관계강조 이외에도 중성자탄의 한국배치설과 관련, 소련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가 이를 격렬히 비난하고 나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
한편 북한 역시 소련과의 유대강화에 부심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안도로포프」체제 출범 이후 한동안 관망태도를 보이던 북한은 지난 4월 소련의 위성정권인 아프카니스탄의 카르말 정부 수립 5주년에 즈음해 김일성 이름으로 아프카니스탄에 축전을 보내고 체신부장 김영채를 파견했다.
또 당기관지 노동신문도 5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게재하는 가하면 평양에서 기법사진전시회를 여는 등 전례 없는 대아프가니스탄 친선정책을 폈다.
이것은 소련과의 유대강화를 위한 움직임이라고 볼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지난 18일 평양에서, 쌍방 관계강화를 위한 「조·소친선군중집회」를 개최했다고 모스크바방송이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얼마전까지의 친중공 자세에서 벗어나 균형적인 친선 유대 강화쪽으로 가고 있는 듯 하나 소련은 중공과는 달리 김정일 후계체제를 아직도 일체 거론치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서는 조심스레 접근을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공관계>
중공과의 관계는 지년 12월 조자양수상의 평양방문, 82년4월 등소평·호요방의 평양방문, 9월의 김일성중공방문등으로 어느 시기보다도 도탑다.
또 지난 4월에도 평양시 당 책임비서 서윤석 등이 중공을 방문, 등·조등 중공지도자들을 만나 쌍방의 밀착을 과시했고 중공 역시 친선 대표단을 보내 상호간의 우호증진을 다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중공여객기사건으로 한국과 중공간의 대화가 시작되자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해 일체 함구하면서 그들의 방송을 통해「조·중 친선관계의 불변」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중공외교부장 오학겸의 평양 방문은 쌍방간의 기왕의 외교노선을 재확인함으로써 중공이 근대화추진과정에서 전개하는 대한·대미 정책 때문에 북괴가 느끼게될 소외감을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입장에서도 중공 민항기 사건으로 한·중공간의 대좌가 이루어진 만큼 이에 대한 중공의 분명한 태도를 외교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때문에 중공은 이 기회에 북한의 의구심도 풀어주는 한편 김부자 세습체제와 북한의 통일방안지지 등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고히 해두려는 의도로 오늘 파견한 것이 분명하다. 지난 20일 저녁 중공외교부장 환영석상에서 북한의 허담(외교부장)은 환영연설에서 『조·중의 친선은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추호의 동요도 몰랐으며 오직 친선과 단결의 한길로 전진해 왔다』고 전제하면서 『오늘 우리는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그 어떤 풍파와 시련이 닥쳐와도 언제나 생사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대중공 관계가 확고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공 외교부가 앞으로도 북한외교부와의 친선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다할 것을 역설했고 특히 『김정일비서의 건강을 위해 잔을 들 것』을 제의했다. 아울러 중공이 김정일 후계체제에 예전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실등은 중공이 12전대회에서 채택한 그들의 4대 근대화노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북한을 영향권에 감아두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있는 가를 말해준다.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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