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밑도는 급매물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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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 분양권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8.31 부동산 대책으로 보유.양도세 부담이 커진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입주 전에 급히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분양가보다 싼 분양권 매물은 외지인 투자자가 많은 수도권 외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최근에는 서울로 확산하는 추세다. 분양권은 새 아파트에 당첨돼 입주할 수 있는 권리로 대개 분양가에 웃돈을 얹어 거래된다.

다음달 입주하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H아파트 32평형은 분양가(3억1000만원선)보다 1000만~200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이 아파트 23평형 역시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낮다. 광명시 유모 공인중개사는 "분양가가 높아 웃돈이 거의 없었는데 8.31 대책 이후 투자자들이 세금.대출 압박에 팔려고 내놓으면서 값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D부동컨설팅 관계자는 "2007년부터 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50% 중과키로 하자 투자용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등기 전에 많이 처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8월 초 입주한 동두천시 송내동 I아파트, 남양주시 평내동 D아파트의 경우 5층 이하 저층을 중심으로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싼 매물이 나온다. 남양주 박모 공인중개사는 "8.31 대책 이전만 해도 웃돈이 500만원 정도 붙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값이 떨어지고 있다. 입주 때 중도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내는 이자후불제를 적용한 단지일수록 자금 부담 때문인지 급매물이 많다"고 말했다. 동두천 A공인 관계자는 "업체에서 지정한 입주기간에 입주하지 않으면 연체료 부담이 무거워 싸게라도 팔려고 한다"고 전했다.

다음달 이후 집들이를 하는 성남시 신흥동 S주상복합아파트 32평형과 의정부시 의정부동 H주상복합아파트 47평형도 분양가에서 500만~1000만원 떨어졌다.

서울에선 작은 단지에서 주로 나온다. 이달 입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H아파트(79가구) 32평형 분양권을 분양가보다 50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장안동의 한 중개업자는 "로열층인 재건축 조합원 매물이 일반 분양가 이하로 거래되자 일반 분양분도 시세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초 입주하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S주상복합아파트(96가구) 43평형은 분양가(7억7000만원선)보다 4500만원 싼 매물이 나와 있다. N공인 관계자는 "나 홀로 아파트여서 급매물이 나와도 안 팔린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당황해 한다"고 전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분양권 값 하락이 분양가 상승에 제동을 건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투자 수요가 위축돼 분양시장의 침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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