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경관의 보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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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만큼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도시가 이 지구상에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북으로는 북한·도봉·수락·불암산 등이, 남으로는 관악·청계·이성산 등이 병풍처럼 서 있고, 서울의 한 복판에는 남산이 자리 잡아 시민들의 사랑 받는 공원으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붐에 밀려 수려한 미관이 시민의 눈으로부터 점점 덜어져가던 남산 주변의 땅을 공원용지로 묶기로한 것도 서울의 경관을 보존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사실 개발과 자연보존은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이다. 개발에 정책의 우선권을 두는 한 자연경관은 온전히 보존되기 어렵다. 남산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경관지역에 고층빌딩들이 들어설 때만해도 자연을 압도하는 웅장한 모습에 감탄을 보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서울의 풍치를 가로막는 빌딩 숲을 보면 반드시 잘된 일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서울도 들어오는 철도편으로도 그렇지만 고속도로를 통해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남산 위의 아파트 군은 콘크리트로 만든 보기 흉한 공룡처럼 보인다.
풍광이 명미한 자연경관은 국민모두의 더없이 소중한 재산이다. 그것은 비단 현재를 사는 사람들만이 아니고 후세를 살아갈 자손들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자산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보존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의무인 것이다.
물론 관광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관광객을 유치할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교통편이나 갖가지. 편의시설을 만드는 일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연경관을 손상하는 개발정책은 개발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자연이란 한번 망가뜨리기는 쉽지만 다시 복원하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영국이 런던을 가로질러 흐르는 템즈강을 되살리는데 10여년이란 장구한 시일과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뒤늦게나마 우리는 한강·낙동강 등 죽어 가는 강물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직 강물처럼 공해로 오염되지 않았다 뿐이지 산이라고 해서 그다지 다를 것은 없다. 개발이란 이름아래 널따랗고 잘 보강된 도로가 깔리고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누구나 지리산·설악산 등의 정상에 오르게 되면 얼마가지 않아 인적이 닿지 않는 비경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문제는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있다. 개발의 필요성이었다고 인정될 때는 정해진 방침을 밀고 나가야겠지만 어떤 경우건 국민의 광범위한 의견을 들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자연은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 그리고 우리들 자손들의 것이란 인식읕 가져야한다.
어떤 정책이건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방침은 수미가 일관되어야 한다. 조령모개 식으로 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는 하나의 주요 원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로 기존 건물주들이 겪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리라고 한다.
정책의 일관성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견지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침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따지고 보면 남산의 경관보존을 위한 조치는 서울에만 국한될 성질의 일이 아니다. 자연보존과 개발이란 상치되는 두개의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 당국의 조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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