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긴축 완화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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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들어 강화되고 있는 유동성규제조치가 경기회복세를 제동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경제계에서 일고있다.
24일 대한상의는 「최근 유동성규제조치에 관한 대정부건의」를 통해 급격한 금융긴축 강화가 기업의 전반적인 자금사정 악화를 초래하여 경기회복세를 냉각시길 염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규제가 완만하게 이루어져야한다는 건의다.
상의로서도 지난해 월평균 29%선의 증가율을 보인 통화량, 제2금융권의 팽창과 자금순환 경로의 난조 등이 금년의 경기회복과 국제수지면에 악영향을 줄 것이므로 유동성규제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CP·회사채발행의 급격한 규제, 기업대월한도의 축소, 현지금융억제, 은행대출의 강력한 회수 등 일련의 조치가 자금사정의 경색을 가져와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 실례로 사채금리가 0·5% 내지 1%가 올라가고 어음부도율도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상의의 건의는 요즘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자금난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의 금융긴축으로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생산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정부는 국제수지의 애로, 물가안정 등의 요구에 이끌려 금융긴축을 하고있고 지난번 IMF협의단도 그와 같은 정책의 채택을 권고한바 있다.
따라서 정부의 금융긴축과 업계의 자금난이라는 정반대의 입장이 충돌하는 것이 최근의 경제사정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마찰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찾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통화신용정책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오지 않는 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성장·물가·국제수지 등 여러 가지 경제여건을 감안한 적정통화량이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는 15∼16%선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고 업계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지나친 금융긴축이 국민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견해다.
경제를 보는 눈에 따라 통화신용정책을 평가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기업자금난을 고려할 때, 금융정책의 급변만은 소망스럽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화의 급격한 완화가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긴축도 역시 부작용을 가져온다.
상의가 유동성규제를 점진적으로 해야한다고 한 것은 타당한 건의인 것이다. 경제의 흐름에 충격을 주는 경제정책의 돌변은 피하면 피할수록 좋다.
정부의 유동성규제조치를 보면 은행창구의 규제는 물론이고 제2금융권을 이용한 기업의 자금조성마저 규제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자금 조달이 옹색해지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이 경기회복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도 명백하다.
그동안 안정화시책이 주효하여 물가안정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판단되니 만큼 유동성규제를 단시일에 완결하려는 금융정책은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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