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이 편파적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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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송통신위원회가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광고 및 방송산업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지상파 특혜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광고량이 대폭 늘어나 시청 불편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됐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란 현재 방송의 프로그램광고·토막광고·자막광고·시보광고 등 유형별로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던 것을 풀고, 전체 광고시간만 제한하는 제도다. 지금은 프로그램광고를 시간당 최대 6분까지 할 수 있지만 총량제가 되면 최대 9분까지 가능하다. 광고량이 50%나 늘어나는 것이다. 90분 프로그램이라면 앞뒤로 15초짜리 광고를 최대 54개까지 봐야 한다.

그간 방송 전문가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지상파에 일방적으로 광고를 몰아줄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심지어 방통위가 지난해 10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상파의 추가 광고수익이 최대 6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과 가입자들이 별도의 요금을 내고 보는 유료 방송의 매체 차이를 고려치 않은 데다 매체 간 균형발전 역시 무시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 지상파 초고화질방송(UHD) 도입, KBS 수신료 현실화 등도 포함시켰다. 특히 지상파 UHD 도입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이라 이 역시 지상파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는 보편 서비스인 지상파의 위기를 정부가 적극 나서 구제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최근 지상파의 부진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최근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끈 혁신적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과감한 제작 투자와 실험을 게을리하지 않은 유료 방송 쪽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무조건적인 지상파 편들기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미디어 정책의 큰 그림 속에서 지상파에 뼈를 깎는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 미디어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