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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콘서트장 참사] 그나마 해병 전우회 있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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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상자를 구조한 해병전우회 김교철서해규이상선씨(왼쪽부터). 상주=조문규 기자

"부상자를 싣고 정신없이 내달렸습니다. 살았으니 정말 다행이지요."

해병전우회 상주시지회 회원인 박준호(51.사업)씨는 사고 당일 출입문에 쓰러진 박모(8.초교 2) 군을 발견했다. 맥박이 뛰지 않는 것을 확인한 박씨는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리고 박군을 해병전우회 순찰차에 태워 인근 상주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신호대기 중 아이가 호흡을 하도록 바지를 벗기자 손으로 잡아 올리더군요. '이 녀석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부상자 20여 명을 구조했다.

당일 현장에 있던 회원은 40명. 이들은 상주시의 경비대책 회의에 참석하는 등 자전거축제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해 왔다. 이날 회원 30명은 운동장 주변에서 교통정리를 했고, 10명은 운동장 안팎을 오가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고가 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이때 박씨의 눈 앞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운동장을 향해 뛰던 사람들이 겹겹이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그는 어린이와 노인을 들쳐업고 네 차례나 병원을 오갔다. 박씨는 "구조한 사람이 모두 살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운동장 정문 쪽에서 교통 정리를 하던 서해규(47.회사원) 지회장도 "사고가 났다"는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모인 10여 명의 회원은 호루라기를 불어 구급차가 들어오도록 길을 텄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사람을 쉴 새 없이 구급차에 태웠다. 이들 덕에 부상자 20여 명은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상주=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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