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며 건강 체크…이젠 '유비쿼터스'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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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서울 삼성동의 한 노상주차장. 승용차 한대가 주차 구획선 안에 들어서자 인근 사무실 모니터에 '1백11번 구역에 차량 한대 주차'라는 자막이 올랐다. 주차장 인근에 설치된 '스마트 카메라'가 감지한 데이터이다.

차주인은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주차 사실을 몇개의 숫자를 이용해 알렸다. 볼 일을 마친 뒤 주차장을 벗어난 차주인의 휴대전화에 '10분 주차, 요금은 5백원'이란 메시지가 떴다.

주차장 사용부터 결제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무인주차 시스템이다. 주차 구획선 안으로 들어오는 물체가 자동차라는 사실을 판단하는 카메라, 주차이용시간.요금을 운전자에게 통지하는 컴퓨터, 컴퓨터와 운전자를 매개하는 휴대전화까지 언제 어디서나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엠팍시스템즈의 한명국 (38) 사장은 "단순한 형태의 유비쿼터스 시스템이지만 조만간 상용화될 경우 서울시의 주차난을 해결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언제 어디서나 널리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1988년 제록스 팰러앨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박사가 처음 도입했다.

유비쿼터스가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은 바로 인류의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손잡이에 장착된 칩은 혈압과 체온을 점검해 주치의의 단말기로 띄워보낸다.

변기에 설치된 칩도 마찬가지다. 쇼핑센터에서 또한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진다. 계산대에 부착된 칩이 상품에 붙은 태그를 읽어들여 가격을 합산한 뒤 손님의 휴대전화와 연결해 자동 결제한다.

사방에 깔려있는 칩은 이미 과거의 286, 386시대의 덩치 큰 컴퓨터를 축소해놓은 수준으로 기능이 향상됐다. 이 같은 소형컴퓨터의 네트워크가 형성됨으로써 유비쿼터스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T정보센터장은 "앞으로 10년은 인터넷 주소체계를 확장하는 것을 기점으로 컴퓨터 이외의 무수한 전기.전자제품의 네트워크화와 사물 간 인터넷으로 패러다임의 주역이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유출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개인의 위치추적은 간단한 일이고 쇼핑 선호도와 자주 가는 음식점 등 신상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그대로 데이터베이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우 기자

<사진설명>

모든 가전기구와 가구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의 개념도. 소파에도 연산칩이 들어 있어 예를 들어 앉은 사람이 자세를 바꾸면 스피커들에 데이터를 보내 소리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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