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技 정책에도 여성파워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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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많이 달라졌다지만 아직도 정부기관이라면 왠지 딱딱한 느낌부터 드는 게 현실이다. 그 가운데 과학기술부에는 '부드럽고 봉사하는 행정 서비스'라는 인상을 가꿔가는 여섯명의 여성 사무관들이 있다.

이은영(32.원자력정책과),박진희(31.지방과학진흥과), 조현숙(29.기초과학지원과), 장인숙(27.우주항공기술과), 류동희(26.원자력협력과), 박지영(25.생명환경기술과) 사무관이 그들.

2000년까지만해도 과기부에는 여성사무관이 전혀 없었다. 2001년 4월 공식 발령을 받은 이사무관이 1호다. 그 뒤 2002년에 박진희.조현숙 사무관이, 그리고 올해 나머지 셋이 와 모두 여섯이 됐다.

이들은 "과기부가 규제보다는 지원을 많이 하는 부서여서 지망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조사무관은 "규제는 계속 줄이는 추세라 앞으로는 과기부가 훨씬 전망이 밝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맏언니인 이은영 사무관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사무관은 "과기부를 찾은 분들로부터 '남자들보다 얘기 나누기가 훨씬 부드럽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박진희 사무관은 "윗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논리를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과기부의 분위기"라며 "굳이 여성뿐 아니라 다른 후배들에게도 과기부에 오기를 권한다"고 자랑이다.

어려움도 있다. 류사무관은 "'설마 저사람이 사무관이랴'여겨서인지 외부 손님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사무관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다가도 나는 건너 뛰곤 한다"며 "요즘은 내가 먼저 나서 인사를 건네며 안면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숙 사무관은 벌써 과기부 대표 자리를 꿰찼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7월 러시아를 방문해 두나라가 우주기술 협력을 체결하는 것을 앞두고 실무 대표로 곧 러시아에 간다.

박지영 사무관은 "요즘 우리과에서는 연구지원 신청서에 잘못된 것이 있어도 다시 보내라고 하지 않고 우리가 알맞은 신청서를 새로 꾸민다"면서 "이런 노력이 정부기관은 딱딱하다는 사람들의 인상을 지워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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