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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음해, 기가 막혀" … 또 불거진 당청 권력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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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 대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문건파동 배후는 K와 Y’ 메모와 관련, “다른 메모를 찾다가 그게 찍힌 것”이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고의 노출설을 부인했다. [김성룡 기자]

청와대가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라고 말한 것으로 지목된 음종환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항명사태’를 일으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면직처리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돌발사건이다.

 음 행정관이 ‘배후설’에 관한 발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의 주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신속히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수첩메모’ 논란은 현재 당·청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된 데 대해 “음해”라고 불쾌해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당과 청와대는 한 몸이자 공동운명체”라며 “대통령께서도 언제든 (나를) 만나겠다고 하신 만큼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안을 확전시키진 않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당·청 관계엔 난기류가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대표는 청와대의 친박 주류 세력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시각이 담겼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음 행정관은 친박 핵심 인사들의 보좌관 출신이다.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정윤회 문건 속의 ‘십상시 리스트’에 포함된, 청와대 실무진 가운데는 핵심 그룹이기도 하다. 비록 ‘배후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해명대로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 모임에서 “조응천 전 비서관이 유승민 의원을 찾아가 줄을 대려 했고, 김 대표한테도 줄 대려 했을 것”이라는 미묘한 발언을 했다면 김 대표나 새누리당을 자극할 요인은 충분하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월 6일 이준석 전 비대위원으로부터 배후설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은 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김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이재오 의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이제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 비서관도 부족해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하고 돌아다니느냐”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회견을 계기로 심기일전하려 했던 청와대의 부담도 커졌다. 비록 실체 없는 모임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십상시’ 멤버로 거론됐던 음 행정관이 구설에 오른 것 자체가 부담인 데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문과 맞물려 공직기강 논란을 재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음 행정관의 사표 제출과는 별개로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당에서 정무수석실을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요청이 있었다”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진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수그러들던 ‘십상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일개 행정관이 검찰 수사를 빈대떡 뒤집듯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 행정관의 배후는 또 누구냐”며 “박 대통령 신년 회견 하루 만에 권력 암투가 불거졌는데, 이제 특검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십상시 행정관까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처럼 여당 대표를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있다”며 “문고리 3인방이 이래도 문제가 없는지, 행정관들이 문제가 없는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께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음종환 행정관이 이 전 비대위원에게 방송에서 말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은 십상시로 지목된 사람들이 국정 개입도 부족해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며 “도대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글=권호·위문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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